[이상학의 데이터야구] 올해 가장 불운한 투수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7.05 07: 01

KIA 윤석민은 요즘 가장 행복한 투수 중 하나다. 다승 1위에 오르며 최고 시즌을 만들 기세다. 그는 "타자들에게 고맙다"며 공을 돌리고 있다. 올해 9이닝당 평균 7.33점을 지원받으며 팀 동료 트레비스 블랙클리(7.59점) 다음으로 많은 득점지원을 받고 있다. 사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윤석민은 불운의 대명사였다. 특히 2007년에는 3점대 평균자책점과 14차례의 퀄리티 스타트에도 불구하고 7승18패로 최다패 투수가 됐다. 당시 윤석민의 9이닝당 득점지원은 2.20점. 그래서 생긴 게 바로 불운을 상징하는 '윤석민 어워드'였다. 과연 올해는 누가 윤석민 어워드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 주키치, 봉중근의 뒤를 잇나?
LG 봉중근은 불운의 대명사 중 하나였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82차례 선발등판에서 55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는데 이는 한화 류현진(56회) 다음으로 많은 기록이었다. 봉중근 바로 다음이 SK 김광현(42회).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류현진과 김광현이 각각 42승·44승을 거둔 것에 반해 봉중근은 32승에 그쳤다. 어느 순간 그에게는 '봉크라이'라는 별명이 붙어있었다. 하늘은 봉중근의 승리를 빼앗는 악취미가 있었던 것이다. 올해 봉중근이 팔꿈치 부상과 수술로 전열에서 이탈하자 또 다른 LG 투수에게로 불운이 옮겨졌다. 외국인 투수 벤자민 주키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주키치는 올해 15경기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 3.19로 호투하고 있다. 평균자책점 부문 전체 5위이고 퀄리티 스타트도 8차례나 작성했다. 그러나 주키치의 승수는 5승밖에 되지 않는다. 9이닝당 득점지원은 4.68점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19명 중 14번째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퀄리티 스타트를 한 8경기에서 3승밖에 건지지 못했다. 심지어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특급 피칭을 한 5경기에서도 2승밖에 못 올렸다. 3득점 이하 지원이 9차례, 2득점 이하 8차례, 1득점 이하 5차례나 된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으나 불펜에서 승리를 날린 것도 3차례. 봉중근은 부상으로 잠깐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주키치라는 도플갱어를 남기고 갔다.
▲ 외국인 투수들의 불운
 
 
주키치뿐만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외국인투수들이 불운에 많이 시달리고 있다. 올해로 3년차가 된 넥센 브랜든 나이트는 15경기에서 2승9패 평균자책점 4.47로 고전을 거듭 중이다. 리그 최다패 투수. 7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지만 2승2패를 거두는데 그쳤다.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특급 피칭을 한 경기에서도 2승1패. 9이닝당 평균 득점지원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19명 중 가장 낮은 2.84점에 불과하다. 3득점 이하 지원이 13차례, 2득점 이하 지원이 9차례, 1득점 이하 지원이 7차례이며 무득점 지원도 3차례나 된다. 나이트의 피칭도 예전만 못하지만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 김시진 감독도 "타선이 도와주면 편하게 던질텐데…"라며 아쉬워했다.
7승2패를 거두고 있는 SK 게리 글로버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10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으나 10경기에서 5승1패에 그쳤다. 컬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게 5경기로 주키치 나이트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9이닝당 득점지원이 4.09점으로 뒤에서 3위. 그래도 퀄리티 스타트를 하지 않고도 거둔 승수가 2승이나 있다는 게 위안거리다. 삼성 카도쿠라 켄도 7차례 퀄리티 스타트에서 3승2패를 거두는데 그쳤다. 9이닝당 평균 득점지원도 4.54점으로 뒤에서 4번째에 불과하다. 특히 실점과 자책점의 차이가 무려 15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증거. 카도쿠라는 5승5패에 머물러 있다. 그래도 그는 "야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게 야구"라며 의연해했다.
▲ 토종 투수 중에서는?
 
KIA 서재응은 올해 가장 박복한 투수 중 하나다.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팀 사정상 마무리로 잠깐 뛰다 다시 선발 복귀하는 곡절이 있었다. 16경기에서 3승6패2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4.21. 특히 퀄리티 스타트한 7경기에서 3승3패로 승과 패가 같다.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패전투수가 된 건 서재응이 최다다. 활발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KIA 타선도 서재응이 등판하는 날에는 이상하리만큼 침묵한다. 서재응이 선발등판하고 마운드를 지킨 10경기·54⅓이닝 동안 KIA 타선은 4.64점을 지원했다. 그러나 3득점 이하 지원이 6차례, 2득점 이하 지원이 5차례, 무득점 지원이 3차례 된다. 조범현 감독이 직접 그에게 "고생하고 있는데 미안하다"고 말한 이유다.
이외 삼성 차우찬은 6승3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하고 있는데 8차례 퀄리티 스타트에서 4승밖에 건지지 못했다. 9이닝당 득점지원이 평균 6.35점으로 규정이닝 4위에 해당하지만 9득점 이상 지원을 받은 3경기를 빼면 나머지 경기에서는 그다지 지원받지 못했다. 3득점 이하 지원이 8차례이며 2득점 이하가 4차례, 1득점 이하가 3차례나 된다. 한화 안승민도 15경기에서 2승5패 평균자책점 5.80에 그치고 있는데 퀄리티 스타트한 5경기에서 1승2패를 거둔 탓이었다. 9이닝당 득점지원도 평균 4.54점. 3득점 이하 8차례, 2득점 이하 7차례, 1득점 이하 6차례, 무득점 지원이 3차례나 있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으나 불펜 난조로 날린 승리도 3차례. 하지만 안승민은 "야구를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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