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지만 다르다.
KIA 외야수 이용규(26)가 톱타자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타격(.384)과 출루율(.467) 1위를 달리고 있고 득점 2위(52점)와 최다안타 3위(84개)에 올라있다. 올들어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무서운 톱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용규의 활약은 93년부터 원조 톱타자로 화려한 시절을 보낸 이종범(41)과 견줄 정도이다. 당대 최강의 톱타자라는 점에서는 판박이이다. 그러나 두 선수는 닮았지만 다른점도 많다. 어떻게보면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성적표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톱타자 이종범의 최전성 시절은 93년 입단해 주니치에 이적하기 전인 97년까지라고 볼 수 있다. 이 기간동안 최강의 톱타자로 세 번의 우승을 이끌었다. 김응룡 감독이 20승 투수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한 시절이었다.
특히 입단 2년째인 94년은 야구인생의 정점이었다. 타율 3할9푼6리(1위), 196안타(1위), 113득점(1위) 77타점(5위), 84도루(1위), 19홈런(4위), 출루율 4할5푼2리(1위), 장타율 5할8푼1리(2위).
이종범은 벼락같은 스윙 스피드를 앞세워 안타와 장타를 동시에 터트릴 수 있는 타자였다. 타석에서도 초구부터 적극적인 스윙을 하는 편이었다. 그가 선두타자 홈런이 많은 이유이다. 발이 빨라 톱타자였지 실제로는 3번타자가 가장 어울렸을 선수였다. 그가 호타준족의 대명사인 '30홈런-30도루'를 두 번째로 달성했다.
반면 이용규는 투수를 괴롭히는데 일가견을 갖고 있다. 커트능력이 대단해 투수들은 보통 10개의 볼을 던진다. 그러다 볼넷 또는 안타로 출루해서 도루를 할듯 말듯 괴롭힌다. 투수들이 순간적으로 혼란을 겪게 만든다. 실제로 도루는(14개) 그다지 많지 않다. 허벅지 근육통 부상 때문이다. 특히 이종범과 다른 대목은 장타력이다. 그의 통산 홈런은 11개이다.
정작 두 선수가 비슷한 대목은 바로 경기의 흐름을 읽고 풀어가는 능력이다. 이종범의 플레이를 보는 이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경기를 쥐락펴락했다. 상대 수비의 조그만 헛점을 놓치지 않고 다음 베이스를 파고들었다. 예를들어 2루에서 내야땅볼을 나올 경우 상대가 신경쓰지 않고 느슨한 플레이를 하면 곧바로 홈으로 대시했다.
이용규도 올들어 이런 점에서 커다란 진화를 이루어냈다. 한 점이 필요한 시점에서 기습번트와 도루를 하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득점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런 플레이는 단 한 점의 크기가 아니다. 상대의 기를 꺾는 커다란 힘으로 작용한다. 진정으로 이용규가 무서운 톱타자가 되고 있는 이유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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