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승부 조작을 바라보는 3가지 시선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07.05 10: 16

승부조작과 관련한 검찰의 발표가 오는 7일로 다가왔다. 오랜 시간 동안 검찰이 수사를 했지만 승부조작을 근절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K리그 한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이 승부조작과 관련해 조사하고 있는 경기는 지난 시즌 전체의 ⅔에 달한다. 물론 조사하고 있는 경기가 모두 승부조작과 관련됐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K리그에 승부조작의 검은 손길이 깊숙이 침투했다는 것은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뿌리채 뽑아야만 한다.
▲ "선수들의 정신 자세 바뀌어야"
이번 조사서 승부조작을 근절시킨다고 하더라도 차후 확실한 대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일단 선수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곤 감독은 "연봉이 적은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선수들은 자신들의 노력에 따라 연봉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 자신의 노력에 따라 몇 배씩 연봉이 오르는 곳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번외지명 선수의 연봉이 1200만 원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노력만 한다면 1200만 원이 5000만 원, 수억 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이용래(수원)의 경우가 그렇다. 경남서 번외지명된 이용래는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연봉도 수십 배가 됐다.
▲ "최저 연봉을 3000만 원으로"
이재철 상주 단장은 김호곤 감독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선수들의 적은 연봉이 승부조작 가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재철 단장은 "K가 선수들을 승부조작에 어떻게 가담시킨 줄 아느냐? 선수들은 자기가 가담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다. K가 연봉이 적고 집안 사정이 힘든 선수들 한 명 한 명과 밥을 먹으면서 도와주는 척하면서 몇백 만 원씩 건넸다고 하더라. 그저 도와주는 것인 줄 알고 받아 사용했다더라. 그런데 그 다음 식사 자리에는 조직 폭력배를 데리고 나와 협박을 했다더라. 돈을 받았으니 승부조작을 하라고. 만일 가담 안하면 경찰에 말한다고. 대한축구협회가 나서서 이런 일이 없도록 선수들의 최저 연봉을 3000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 선수들도 최소한 먹고 살아야 하지는 않겠냐"고 말했다.
▲ "왜 그랬을까요?"
김호곤 감독과 이재철 단장이 거론한 연봉이 적은 선수 즉 번외지명 선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대구 FC의 김민구는 만 27세의 나이이지만 이번 시즌에 K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다. 대학 졸업 이후 내셔널리그서 뛰다가 이번 시즌에서야 대구에 번외지명된 것. 그의 연봉은 1200만 원으로 K리그 최저다.
 
김민구는 "매번 교체 투입된다. 대부분 경기 종료 직전에 들어가지만 뛰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했다. 이유는 하나다. 프로 선수가 자신의 꿈이었기 때문.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왜 승부조작에 가담했는지 전혀 모르겠다. 왜 그렇게 했을까라는 생각만 든다. 난 단지 뛰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아직도 축구를 더 배우고 싶다. 그래서 지금도 도전하려고 한다. 오직 축구만을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량 발전에 정진하겠다고 했다.
김호곤 감독과 이재철 단장, 김민구가 바라보는 승부조작에 대한 시선 중 어느 것이 맞고, 틀리다고 할 수 없다. 세 명의 말 모두 일리가 있고 맞다. 형편이 좋지 않아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고 1200만 원을 받던 선수가 1년 만에 연봉이 5000만 원까지 오르기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김민구와 같이 축구 자체를 사랑하는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보다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김민구와 같이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사상 최악의 승부조작 사태에도 K리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sports_narcoti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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