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지난 5일 삼성팬들이라면 아마도 박한이(32)를 보며 롤러코스터 탄 기분을 맛봤을 듯 하다.
삼성의 우익수 박한이가 이날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애간장을 녹이는 삼진 세례와 동시에 탄성을 자아내는 호수비로 팬들에게 극적인(?) 경기를 선사했다. 게다가 경기 막판 2개의 안타와 고의사구로 2번 타자의 진가를 발휘하며 박한이는 어제 남모르게 삼성 경기를 좌우했다.
▲ 번번이 기회 무산… 삼진 3개

박한이는 1회 무사 1루에서 글로버의 127km 포크볼에 방망이를 휘두르며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2회에도 박한이는 2사 만루 상황에서 4구만에 삼진을 당하며 만루 찬스를 무산시켰다.
삼성은 위기를 넘긴 뒤 5회초 바로 1점을 따라붙었다. 그러나 박한이는 선두타자로 나와 다시 글로버의 포크볼에 헛스윙하며 삼진을 당했다. 세 타석 연속 삼진에 팬들의 원성도 커졌지만 제일 답답한 건 자신이었다. 박한이는 잠시 타석을 떠나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 위기 때마다 분위기 반전…호수비 4개
부진한 타격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박한이는 번번이 호수비로 SK의 득점 행진을 막고 팀 분위기를 살렸다. 4회초 선두타자 정상호가 초구를 받아쳐 펜스 앞까지 날린 타구를 박한이가 점프하며 잡아냈다. 놓쳤다면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무사 2루의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어 박한이는 2사에서 조동화의 애매한 타구를 앞으로 달려와 슬라이딩 캐치하며 4회를 끝냈다.
박한이는 6회 2사에서도 김강민의 타구를 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와 슬라이딩하며 김강민을 플라이 아웃시켰다. 6이닝 동안 4실점으로 부진했던 선발 윤성환의 내려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호수비였다.
11회말에는 팀이 1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뒤집자 박한이가 11회말 이호준의 큰 타구를 담장 앞에서 점프 캐치하며 팀의 1점차 승리를 지키는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 나는 2번 타자다… 3타석 연속 출루
이후 박한이는 본격적으로 타격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8회 박한이는 2사 1루에서 좌전안타를 때려내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그리고 바로 뒤 박석민과 조영훈이 각각 1타점,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삼성은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박한이는 조영훈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다. 이어 박한이는 9회 2사 3루에서 고의사구, 11회초 땅볼로 각각 출루했다.
박한이는 이날 6타수 1안타 3삼진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호수비 하나는 단순히 안타 하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내줄 뻔한 점수를 내주지 않고 분위기의 반전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날 경기에서 박한이는 비록 초반 타격 면에서 애를 먹었지만 뽑아낼 수 있었던 점수 만큼을 지켰다. 그것은 올 시즌 초부터 박한이를 2번 타자로 낙점하고 믿어주는 류중일(48) 삼성 감독에게 박한이가 보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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