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폭격기' 선동렬(전 삼성 감독)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현역 시절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선동렬이 불펜에서 몸을 풀면 상대 선수들은 짐을 싸기 시작한다고 말할 정도. 구위가 뛰어나 일찌감치 경기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삼성에는 선동렬 못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선수가 2명이나 있다. 주인공은 오승환(29)과 안지만(28).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소방수 오승환은 지난 2년간 아픔을 딛고 올 시즌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30차례 마운드에 올라 23세이브(평균자책점 0.81)로 구원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현재 분위기라면 구원왕 등극은 따논 당상이다. 2006년 자신이 세웠던 한 시즌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 경신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흔히 오승환의 전성기는 2006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보다 구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 등 모든 면에서 더 낫다고 확신한다". 2년간 아픔을 겪었던 오승환은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식사 조절 등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찜통 더위로 잘 알려진 대구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지만 체력 저하에 대한 걱정은 없다. 그는 "오히려 더울수록 구위가 더 좋아진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끝판대장' 오승환 뿐만 아니라 안지만 역시 삼성 마운드의 종결자로 자리매김했다. 어깨 통증을 호소한 장원삼 대신 선발 요원으로 시즌을 시작한 안지만은 필승조로 복귀한 뒤 더욱 강력해졌다. 140km 후반의 강속구를 앞세워 상대 타선을 잠재운다. 평소에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지만 마운드에 오르면 저승 사자로 돌변한다. 그는 6일 문학 SK전에서 구원승을 추가하며 다승 부문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필승조로 나서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안지만은 "직구 위주로 1구 1구 전력을 다해 던진다. (진)갑용이형이 원하는대로 포수 미트만 보고 세게 던진다"며 "요즘 타자들이 너무 고맙다. 얼마 전부터 마운드에 오를때마다 득점 지원을 받는다"고 미소를 지었다. 류중일 감독은 6일 경기가 끝난 뒤 "안지만이 정말 잘 막아줬다. 칭찬해주고 싶다"고 껄껄 웃었다. 삼성은 오승환과 안지만의 건재 속에 가을 무대 정상 탈환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what@osen.co.kr
<사진>오승환-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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