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졌으면 LG가 어떻게 됐을까?"
7일 대전구장. LG와의 홈경기를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이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바로 전날(6일) 경기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는 승부의 물줄기가 몇 차례나 바뀌는 흐름이 반복됐다. 최종 승자는 10-7로 승리한 LG. LG는 에이스 박현준을 구원등판시키는 승부수를 던지며 승리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만약 박현준까지 구원등판한 이날 경기마저 내줬다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었다. 한대화 감독도 "LG가 어제 졌으면 어떻게 되었겠는가"라며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더블스틸

LG 박종훈 감독은 3회 더블스틸을 중요 포인트로 생각했다. LG는 1회부터 장성호에게 선제 투런 홈런을 맞으며 기선제압을 당했다. 한화 선발 김혁민은 좋은 구위를 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3회 LG에게 기회가 왔다. 1사 후 정성훈과 이진영이 각각 볼넷과 안타로 출루했다. 이병규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 2사 1·2루가 됐다. 여기서 조인성 타석 때 초구에 정성훈과 이진영이 각각 3루와 2루를 노렸다. 한화 포수 박노민이 3루로 송구했지만 반박자 늦었다. 이어 조인성이 우전 적시타를 터뜨려 2-2 동점을 만들었다.
박종훈 감독은 "그게 승리의 가장 큰 요소였다. 유지현 주루코치가 잘 판단하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후속타 조인성의 타구가 약간의 행운이 따른 것도 있었다. 약간은 빗 맞은 타구였는데 한화 우익수 카림 가르시아가 타구 판단을 잘못했다. 처음에는 뒤로 가다 앞으로 달려왔지만 가르시아의 발은 떨어지는 공보다 느렸다. 하지만 박종훈 감독은 "그것도 결국 더블스틸이 성공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1·2루가 아니라 2·3루로 압박한 것이 상대 수비에도 부담이 됐다는 뜻이었다.
▲ 박현준 구원등판

4-4 동점이 된 6회 2사 1루. 최진행 타석이 되자 LG 박종훈 감독은 깜짝 카드로 예고한 박현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야말로 깜짝 등판. 그것도 리드를 잡고 있는 8~9회가 아니라 동점이 된 6회 상황이라는 점에서 진짜 깜짝 카드였다. 박현준은 기대대로 8회 2사까지 탈삼진 3개 포함 8타자 연속으로 범타 처리하며 위력을 이어갔다. 그러나 8회 2사 후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맞고 말았다. 박현준이 초구에 던진 148km 높은 직구를 강동우가 놓치지 않고 받아쳐 중월 솔로 홈런으로 만든 것이다.
이 순간 LG 덕아웃에는 아쉬움의 탄식이 흘렀다. LG 구단 관계자는 "연속 안타를 맞은 것도 아니고 초구에 큰 것을 맞아 더욱 당황스러웠다"고 이야기했다. 박종훈 감독도 혼잣말로 "이렇게 야구가 안 풀리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박 감독은 그 상황에 대해 "그저 멍했다.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고 떠올렸다. 박현준까지 내보낸 상황에서 패한다면 충격은 두 배였다. 하지만 LG에게는 9회 마지막 공격이 남아있었다.
▲ 정의윤 대타

LG는 9회 선두타자로 양영동 대신 대타 정의윤을 냈다. 대타 카드로 정의윤과 윤상균이 있었다. 한화는 마운드를 좌완 마일영에서 사이드암 신주영으로 투수를 교체했고, LG는 그대로 정의윤으로 밀고나갔다. 정의윤은 신주영의 8구째 공을 공략해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게 역전의 발판이 됐다. 박종훈 감독은 한 방이 있는 윤상균 대신 정의윤 카드를 쓴 것에 대해 "대타라는 건 상대가 어떤 카드를 꺼내느냐도 고려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윤상균은 한화 한대화 감독이 "가장 무서운 대타"라고 할 정도로 힘이 좋다. 하지만 그 순간 LG의 선택은 윤상균이 아닌 정의윤이었다.
그러나 윤상균은 올해 사이드암 투수를 상대로 3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2개를 당했다. 정의윤도 이날 경기 전까지 잠수함 투수들을 상대로 21타수 4안타 타율 1할9푼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그 상황에서는 변화구에 약한 윤상균보다 정의윤이 낫다는 판단이 섰다. 박 감독의 옆자리를 지키는 기록원도 "사이드암이기 때문에 윤상균이 아니라 정의윤으로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기대대로 결과가 좋았고 역전으로 이어졌다. LG 구단 관계자는 "그 1승이 그냥 1승이겠나"라며 승리에 큰 의미를 뒀다.
뼈아픈 패배를 당했지만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투수 기용 여부에 대해 "똑같은 상황이 와도 그렇게 할 것이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우리로서는 최선의 로테이션대로 기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대화 감독은 잘 던지던 마무리투수 박정진이 홈런을 맞은 것에 대해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야구"라며 개의치 않아 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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