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경기를 해야합니까".
군산 월명야구장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일 KIA-넥센의 경기를 앞두고 작은 소동이 일었다. 빗물 배수가 부실해 그라운드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인조잔디인데도 논바닥처럼 물이 흥건히 남아있었다. 조범현 KIA 감독이 김재박 KBO 경기운영위원에게 "이런 상태에서 경기를 해야 합니까"라며 하소연했다.
이날 오전 군산지역에 내린 비는 약 10mm 정도. 그러나 그라운드 상태는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각 베이스에 우천에 대비해 씌워놓은 비닐 덮개를 벗겨내자 빗물이 배수구로 빠지지 못하고 맨땅으로 올라와 가득했다. 인조 그라운드도 물기가 남아 미끄러웠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1루와 3루쪽 파울지역에 타격망을 설치하고 타격훈련을 펼쳐야 했다. 훈련을 마치고 응급보토 작업을 거쳐 경기를 시작했다.

군산시는 지난 2007년 약 12억 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야구장 개보수를 했다. 인조잔디를 깔았고 배수구도 정비했다. 선수를 위한 편의시설도 확충했다. 그러나 불과 4년만에 그라운드 상태가 심각할 정도로 노후화됐다. 가장 큰 문제는 그라운드가 콘크리트 바닥처럼 딱딱한데다 인조 그라운드인데도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다는 점이다.
이순철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경기를 하기에는 바닥이 너무 딱딱하다. 여기에 오늘처럼 비가 내려 물기까지 남아 있으면 타구가 빨라지고 플레이에 큰 지장을 받는다. 선수들은 이런 환경에서 플레이를 하면 부상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좌익수로 선발출전한 KIA 김상현은 수비부담 때문인지 왼쪽 무릎통증이 재발돼 이날 경기도중 교체됐다.
선수들도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올 시즌 군산서 치를 9경기를 모두 마친 가운데 한 목소리로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있는 구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라커룸 등 편의시설도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범현 감독은 "무엇보다 바닥이 딱딱해 이범호와 김상현 등 선수들이 수비를 나가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요즘처럼 장마로 몸이 무거운 상태에서 이런 곳에서 뛴다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드시 시설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로경기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경기시설 뿐만 아니라 숙박시설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시진 넥센감독은 "우리는 군산에서 선수단이 묵을 호텔이 없어 광주에서 다니고 있다. 시내에 호텔이 있어도 세탁이 가능해야 하고 사우나와 식당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숙박시설을 마련하고 프로경기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군산구장은 올해 프로야구 9경기를 비롯해 퓨처스 정규리그와 올스타전을 유치했다. 뿐만 아니라 고교야구 주말리그, 대학대회 및 사회인 야구까지 개최하고 있다. 군산시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마케팅 일환이었다. 그러나 군산 9경기를 모두 마친 KIA 뿐만 아니라 원정팀 선수들도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군산시의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없다면 내년 프로야구 경기는 대단히 비관적인 상황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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