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쓰시는데 못하면 죄송하다".
한화 외야수 고동진(31)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한화는 지난 7일 대전 LG전에 앞서 4번 타자 최진행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이유였다. 한화는 최진행이 빠진 4번 타순에 카림 가르시아를 기용했고, 가르시아의 5번 자리에는 이여상이 들어갔다. 그러나 가르시아는 2타수 무안타, 이여상은 4타수 무안타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6번타자 중견수로 출장한 고동진이 2타수 1안타 1사구로 활약했다.
지난 2년간 군복무를 마치고 올해 팀에 복귀한 고동진은 대타라는 익숙지 않은 보직을 받았다. 시즌 초반에는 타격감을 찾지 못해 2군으로 내려가는 등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6월에 1군 복귀한 뒤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월 이후 20경기에서 35타수 11안타 타율 3할1푼4리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순간마다 대타로 기용돼 포문을 뚫어주는 역할을 했다. 올해 고동진의 대타 타율을 3할1푼3리인데 6월 이후에는 7타수 4안타 2루타 2개로 놀라운 활약을 했다.

지난달 14일 대전 KIA전에서 카림 가르시아의 쐐기 만루 홈런이 터지기 전에 대타로 나와 중견수 앞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고, 2일 광주 KIA전에서도 대타로 중전 안타를 치며 역전극의 서막을 알렸다. 이어 5일 대전 LG전에서도 9회 1사 후 대타로 등장해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다시 한 번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동진은 "처음 대타를 나갈 때는 많이 해보지 않은 것이라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적응이 다 됐다. 벤치에서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과 집중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최진행이 허리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지게 됨에 따라 당분간 고동진에게 주어질 역할의 크기가 더 커졌다. 주전 중견수로 나올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넓은 범위를 자랑하는 외야 수비는 문제가 없다. 다만 타격으로 얼마나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가 관건. 고동진은 "무조건 살아나간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안타든 볼넷이든 몸에 맞는 볼이든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한다. 벤치에서 믿고 쓰는데 못하면 죄송하지 않은가. 강석천 타격코치님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 게 힘이 된다. 꼭 보답해야 한다"며 의지를 나타냈다.
4번타자 최진행이 빠지면서 한화 타선의 무게감과 파괴력은 눈에 띄게 약화됐다. 하지만 5월 이후 한화는 대포가 아니라 연타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중요한 순간마다 집중력을 발휘한 고동진이 최진행의 부상 공백이 생긴 한화의 새로운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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