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어도 요즘 잘하던데".
지난 7일 대전구장. 경기 전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은 러닝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측 폴대에서 좌측 폴대 다시 우측 폴대로 분주하게 전력질주했다. 나머지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갔지만 류현진은 홀로 LG 선수단이 외야에서 스트레칭하는 공간을 넘나들었다. 러닝을 마치고 들어갈 즈음 배팅케이지에 있던 LG 박종훈 감독이 류현진을 불렀다. 박 감독은 "몸은 좀 괜찮나"라며 "요즘 너 없어도 잘 하던데"라는 농담을 던졌다. 류현진도 웃음을 띄웠다. 한화는 류현진이 빠진 후 7경기에서 3승4패를 거두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달 3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건 데뷔 후 3번째. 지난달 29일 문학 SK전에서 갑작스런 왼쪽 등 근육통을 호소했고, 코칭스태프에서 무리시키지 않는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서 빼기로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변함없이 1군 선수단과 동행하고 있다. 홈경기는 물론 원정경기도 함께 한다. 지난 6일 합류한 외국인선수 데니 바티스와도 벌써 장난을 칠 정도로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류현진이 선수단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전력적인 면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 6일 경기가 마친 뒤에는 훈련 도우미를 자처하기도 했다. 이날 한화는 LG에 9회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후 반쯤 꺼진 조명 아래 선수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보통 이 시간에는 타자들이 나머지 훈련을 한다. 하지만 이 자리에 류현진이 함께 했다. 그는 선배 이양기의 토스 배팅을 도왔다. 옆에서 공 하나 하나를 정성들여 올려줬다. 한 박스 공을 다 쓴 뒤에는 허리 숙여 공을 줍고 뒷정리도 했다. 그는 "아무 이유 없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며 장난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에이스의 책임감이 묻어났다. 그리고는 불펜에서 쉐도우 피칭을 하는 안승민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엇보다 복귀를 위해 꾸준히 몸을 만들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후 정확히 일주일간 류현진은 공을 던지지 않았다. 대신 끊임없는 러닝훈련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지난 6일부터 캐치볼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보통 선발투수는 등판 이틀 전 불펜 피칭을 실시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7일에도 류현진은 불펜 피칭 대신 러닝훈련에 집중했다. 9일 대전 넥센전부터 1군 엔트리 재등록이 가능하다. 류현진 본인은 언제나처럼 "몸 상태는 괜찮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굳이 무리하지 않겠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생각.
한대화 감독은 류현진의 9일 엔트리 복귀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을 듯하다. 완전히 나을 때까지 더 기다리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주말 넥센전이 아니라 다음 주중 사직 롯데전으로 류현진의 등판일을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 한 감독은 "그래도 류현진은 계속 1군에 데리고 다닐 것이다. 어차피 집에 가서 쉬라고 해도 가지 않고 버틸 녀석"이라며 부상 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열외의식없이 선수단과 함께 하는 류현진의 자세를 대견스러워했다. 이런 걸 보면 괜히 에이스가 아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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