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선발의 깜짝 불펜, 왜 파격인가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7.08 13: 02

LG 트윈스가 화제다. 화제의 중심에는 깜짝 불펜 운영이 서있다.
LG는 6,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원투펀치' 박현준(25)과 벤자민 주키치(29)을 불펜 투수로 활용해 2연승을 거뒀다.
시즌 초 박종훈(52) LG 감독은 "되도록이면 선발투수의 불펜 피칭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리는 일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G가 6월 중순부터 마무리투수 부재에 빠지며 연일 역전패를 당하자 특단의 조치로 1,2,3선발인 박현준, 주키치, 그리고 리즈를 마무리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 시즌 한국야구에서는 선발 투수들이 불펜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시즌 초 KIA는 윤석민을 활용해 LG전 승리를 거뒀다. 롯데 역시 고원준을 선발과 불펜으로 동시에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LG의 불펜 활용은 타 팀과 차이가 있다. 도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센세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일까.
▲LG, 등판 시점과 투구수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등판 시점과 투구수다. 통상적으로 불펜 피칭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선발 투수들은 1이닝 정도 투구수 20개가 기준이 되다.
불펜 피칭의 경우 70%의 힘으로 30∼40개를 던진다. 말 그대로 선발 등판하는 날을 대비한 웜업 과정이다. 그러나 실전 경기 등판에서는 100% 이상의 힘을 쓰기 때문에 투구수를 많이 가져가기 어렵다. 실전등판은 웜업이 아니라 100% 몸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120%로 공을 던져야 한다.
LG는 6일 박현준이 6회에 구원 등판해 3⅓이닝 동안 무려 44개를 던졌다. 보통 불펜 피칭을 대신하는 투구와 차이가 있었다. 7일 주키치 역시 2이닝 동안 22개를 던졌다. 다행히 주키치는 적극적으로 한화 타자들을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며 빠르게 볼카운트를 잡은 것이 효과적이었다.
박종훈 감독도 불펜 투수로 활용하는 점에 대해 나름대로 원칙은 확고했다. 위에서 설명했던 부분 모두 박 감독이 생각하고 직접 말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LG가 지난 6월부터 5연패와 4연패를 반복했다. 임찬규를 비롯한 김선규, 이동현, 김광수 등 구원 투수들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무려 34패 가운데 19패가 역전패였다. 승리를 다 잡았다 놓친 블론 세이브도 12차례로 8개 구단 최다였다.
박 감독은 고심 끝에 깜짝 카드를 꺼냈고, 기왕 활용할 바에는 확실히 승리를 지켜내자는 뜻이 더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어정쩡하게 등판만 시키고 패할 경우 그 타격은 단순히 1패가 아닌 몇 배의 아픔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휴식과 등판 시점도 파격적이다
투구수, 투구 이닝과 더불어 이들의 등판 날짜 역시 파격적이다.
박현준은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9이닝 동안 133개를 던졌다. 선발 투수로서 9이닝을 던진 것을 넘어 투구수 133개는 두 배 이상의 체력적인 소모가 있을 법한 수치였다.
여기에 박현준은 5일 한화전에 앞서 불펜 피칭도 했다. 그리고 6일날 또 다시 마운드에 서서 44개나 던졌다. 다행히 박현준이 다른 투수들에 비해 체력이 좋은 편이다. 장맛비로 10일 이상 쉰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주키치 역시 파격 그 자체였다. 주키치는 5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123개를 던지고 불과 48시간 만에 마운드에 섰다. 모두가 깜짝 놀란 박종훈 감독의 두 번째 카드였다.
보통 선발 투수들의 경우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하는 것이 정상적인 등판 간격이다. 불펜 피칭을 대신해 경기에 출장한다고 해도 통상적으로 이틀 휴식 후 셋째 날에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주키치는 하루 휴식 후 둘째 날에 구원 등판하는 특이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박현준과 주키치 모두 구원 등판을 자원했다는 점, 그리고 결과 역시 승리와 세이브를 기록했기에 결과적으로 100% 임무를 완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팀들에 비해 지나치게 파격적인 선발투수 불펜 활용에 우려는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서 한 야구인은 "두 경기에서 결과는 좋게 나타났지만 파격적인 것은 사실이다. 연패를 끊어냈고, 팀 분위기도 반전시킨 만큼 이제는 수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조언했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