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왕' 한대화 감독의 특별한 선수 관리법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7.08 17: 57

"돼지야, 그렇게 던지고 싶냐?"
8일 대전구장. 전날 밤부터 정오를 넘어서까지 내린 비로 흐릿흐릿했다. 그라운드에는 방수포가 깔려 있었고, 구름도 잔뜩 끼어있는 상황. 선수들도 경기장이 아닌 대전 용전동에 위치한 선수단 숙소 옆 실내연습장 '일승관'에서 훈련을 소화한 뒤 다시 대전구장을 찾는 등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갈팡질팡했다.
그때 에이스 류현진이 간단하게 몸을 풀러 그라운드에 나왔다. 덕아웃에서 비를 바라고 있던 한대화 감독은 류현진의 모습을 보고는 "돼지야, 그렇게 던지고 싶냐"고 한마디 툭 던졌다. 우천 연기 결정도 나지 않았고, 날씨도 흐린데 괜히 무리하는 류현진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공을 던지다 말고 다시 라커룸에 들어갔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있었다. 한 감독은 "류현진을 무리시키지 않겠다. 다음주에 1군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날(7일) 선발투수 장민제가 라커룸에서 덕아웃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봤다. 잠깐 바깥 바람을 쐬러 나온 장민제가 한 감독의 레이더망에 딱 걸려들었다. 한 감독은 아무런 말없이 장민제를 계속 노려봤다. 한 감독과 눈이 마주친 장민제는 곧 눈을 피하며 라커룸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한 감독은 "계속 눈 마주치면 지도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겠어?"라며 웃었다. 장민제는 7일 대전 LG전에서 2이닝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2실점으로 선발패했다. 말 대신 눈빛으로 장민제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한창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한 감독은 목이 말랐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가지러 갔다. 그때 마침 2년차 투수 안승민이 지나갔다. 한 감독은 갑자기 안승민을 불러세우더니 등을 내밀어 "좀 긁어달라"고 했다. 안승민도 가던 길을 멈추고 한 감독의 등을 긁었다. 한 감독은 "옳지 그래, 역시 컨트롤이 좋아"라며 칭찬했다. 한 감독은 "제대로 된 위치를 긁어줬다"며 가려운 곳을 긁어준 안승민을 대견해 했다. 안승민은 올해 9이닝당 평균 볼넷이 1.84개로 한화 투수 중에서 가장 적다. 돌려서 안승민을 칭찬한 것이다.
한 감독은 "어이없는 플레이를 하고 들어오는 선수는 끝까지 노려본다. 덕아웃에 들어와서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까지 끝까지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선수 본인들도 미안함을 느끼지 않겠나"라며 "본인들도 지나가면서 슬쩍슬쩍 보겠지. 엊그제 최진행이 그랬다"며 껄껄 웃었다. 올해 우천 연기가 가장 적은 한화는 이날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한화 덕아웃 풍경도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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