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갈량' 조범현(51, KIA 타이거즈) 감독이 2009년 한국시리즈 제패를 했던 것처럼 하늘의 기운을 받은 듯 하다.
KIA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선발 투수인 에이스' 윤석민의 6이닝 무실점 호투와 '베테랑' 이종범의 결승타에 힘입어 1-0 7회 강우 콜드승을 거뒀다.

같은 시각 1위를 달리던 삼성이 두산에 패하면서 KIA는 지난 2009년 9월 25일 광주 넥센전 이후 651일 만에 정규시즌 1위(46승31패)에 오르며 포효했다.
무엇보다 KIA는 이날 승리를 거두는데 하늘이 도왔다. 정확히 말하면 장맛비가 KIA편이었다.
경기 전 조범현(51, KIA) 감독은 장맛비에 대해서 기자들과 농담을 주고 받았다. 그는 "비도 우리를 못 말린다. 우리는 비를 피해 다닌다"며 웃었다.
이유가 있었다. KIA는 올 시즌(9일 현재) 77경기를 펼쳤다. 한화 이글스와 함께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70경기를 소화한 SK보다 7경기나 더 많이 치렀다. 즉, 장마철 비를 피해 계속 경기를 했다는 뜻을 조 감독은 '우리가 비를 피한 것이 아니라, 비가 우리를 피한다'고 표현한 것이다.
조 감독도 "우리가 (수도권으로) 올라가면 장마전선은 내려가고, 또 우리가 (전라도, 경상도) 내려가면 장마전선이 올라간다"면서 "우리 팀의 기가 센 것 같다"며 농을 던졌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8일 밤 늦은 시간에 서울에 비가 내린다는 기상 예보가 있었으나 밤 8시 정도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며 KIA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팽팽한 0-0 싸움 속에서 KIA가 적시타를 친 이후 빗줄기가 더 강해지면서 예상치 못한 강우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프로야구 강우 콜드게임은 총 3차례. 3차례 모두 KIA가 포함됐고 2승1패를 거뒀다. 2승 모두 윤석민이 등판한 날이었다.
KIA를 피해 도망 다닌 다던 장맛비가 이번에는 도와준 결과가 됐다.
조 감독의 농담을 마냥 웃고 넘어갈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 있다. 바로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 때 그는 "온 우주의 기가 타이거즈를 감싸고 있다"는 신비한 꿈을 밝힌 적이 있다. 덕분에 KIA는 SK와 한국시리즈 3승3패 최종 7차전에서 1-5로 뒤지다 대역전극을 완성하며 타이거즈 V10을 완성했다.
조범현 감독은 또 이날 승리로 역대 9번째로 개인 통산 500승을 거뒀다. 그러나 그는 "벌써 그렇게 됐나. 500승 모르고 있었는데 기쁘다. 앞으로 KIA가 11번째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하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했다.
과연 올해도 조범현 감독의 기운이 야구장을 지배할까. 일단 비는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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