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기근' K리그, 은퇴 선수도 추가 등록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1.07.09 08: 49

"은퇴한 지 7개월이 넘은 골키퍼를 데려온 것을 보니 골키퍼가 없긴 없네요".
축구계 한 관계자가 지난 8일 프로축구연맹에 선수 등록이 공시된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권정혁(33)을 놓고 꺼낸 얘기다. 권정혁은 2009년 핀란드 1부리그 로바니에멘 팔로세우라에 입단해 첫 해외진출 골키퍼로 주목을 받은 선수.
 

그러나 이듬해 같은 핀란드 1부리그인 VPS 바사를 거쳐 이미 은퇴한 지 7개월이 넘은 선수다. 승부조작 파문으로 K리그에 골키퍼 기근이 불지 않았다면 다시 현역으로 돌아올 수 없는 선수였다는 얘기다. 인천은 권정혁의 영입으로 고 윤기원(24)의 공백을 메웠다.
은퇴한 선수라도 데려온 인천은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처지다. 4명의 골키퍼 중 3명이 승부조작으로 기소된 상주 상무는 9일 FC 서울전에서 빈 골문을 필드 플레이어가 지키게 생겼다.
 
유일하게 남은 골키퍼 권순태(27)도 앞서 열린 대구 FC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기 때문이다. 현역 병사 중 대체 요원을 물색해 수원 삼성에서 프로생활을 했던 권기보(29)를 찾아냈지만 최근 해병대 총기사건으로 군 전체에 비상이 걸려 상무 전출이 무산됐다.
 
당황한 상주는 K리그 15개 구단을 대상으로 골키퍼 1명을 특별 모집한다고 공문을 보냈지만, 사실상 입대가 가능한 선수가 없다는 후문이다. 상주는 미드필더 곽철호(25)와 김범준(23), 수비수 이윤의(24)에게 골키퍼 훈련을 시키는 등 미봉책을 준비하고 있다.
전북 현대와 광주 FC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전북은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던 염동균이 승부조작 파문으로 구속되면서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민식(26)의 분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광주도 성경모(31)가 구속돼 박호진(35)과 조상준(23)이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기를 바랄 뿐이다. 광주는 박호진이 플레잉 코치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 다음 시즌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지도자는 "승부조작 파문에 연루된 골키퍼는 6명에 불과하지만, 그 타격은 상상 이상이다. 다른 포지션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골키퍼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이 부분에 대해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없다면, K리그의 골키퍼 기근은 쉽게 해결이 안 될 것이다. 일단 U리그에서 뛰고 있는 골키퍼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stylelomo@osen.co.kr
<사진> 권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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