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한대화 감독의 경기 전 만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7.09 16: 46

넥센 김시진 감독과 한화 한대화 감독은 절친한 2년 선후배 사이. 학창 시절과 프로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은 없지만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하며 정을 나눴다. 프로 사령탑이 된 요즘에도 경기 전 수시로 만나 만담을 나눈다. 9일 경기 전에도 평소처럼 만담이 이어졌다.
잔뜩 날씨가 흐린 가운데 한대화 감독이 1루측 덕아웃에서 비를 바라며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창 이야기를 하던 중 넥센 김시진 감독이 도착했다. 김 감독은 곧바로 1루측 덕아웃으로 넘어와 한마디했다. "오늘 경기하자. KIA한테 3연패했는데 연패 빨리 끊어야지"라고 웃으며 운을 뗐다. 한 감독이 "에이, 다음에 합시다"며 발뺌하자 김 감독은 "지금 빨리 경기하자"고 졸랐다.
김 감독이 덕아웃에 착석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시작됐다. 한 감독이 "요즘 코리 알드리지가 많이 좋아졌더라"고 덕담을 건네자 김감독은 "아직 아니다.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지"라고 답했다. 이어 한 감독은 이양기를 거론하며 "누가 맞으라고 내보냈나. 치라고 보냈는데 발을 들이밀고 있더라"고 말했다. 지난 5일 대전 LG전에서 9회 대타로 나온 이양기의 플레이에 대해 한마디한 것이다. 그러자 김 감독은 "맞고서라도 나가려는 자세가 좋은 것 아닌가"라며 "우리 선수들은 보내기 번트도 대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때 갑자기 한화 에이스 류현진이 덕아웃을 지나갔다. 류현진이 인사를 하자 김 감독은 "너는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류현진은 "아닙니다. 안 아픕니다"라고 목청껏 대답했다. 김 감독은 "안 아프면 던져야지, 뭐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류현진은 "제가 넥센한테 강해서 안 나가는 겁니다"고 대답했다. 김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올해 류현진은 넥센을 상대로 2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1.80으로 강했다.
이어 김 감독은 "요즘 한 경기가 끝나면 영어를 본다"고 한탄했다. 김 감독이 말한 영어란 전광판 표기. 두 자릿수를 표기할 수 없어 10을 A, 11은 B, 12는 C로 나타낸다. 넥센 투수들의 사사구 갯수가 그만큼 많다는 뜻. 그러자 한 감독은 "우리는 볼넷이 많이 줄었다"고 웃어보였다. 올해 넥센의 사사구는 376개로 가장 많고, 한화가 347개로 3번째 많다.
대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선 김 감독이 한마디 던졌다. "꼴찌들끼리 붙어봅시다". 그 순간 김 감독은 아차했다. "아, 우리만 꼴찌구나. 꼴찌가 반란을 일으켜야 하는데…"라며 자리를 떴다. 한 감독도 "그래요 한 번 붙어봅시다"라고 화답했다. 그때부터 날이 개기 시작했고, 경기도 정상적으로 열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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