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대전구장. 비로 연기된 이날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한화 한대화 감독이 목이 말랐는지 아이스박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마침 2년차 우완 투수 안승민(20)이 지나갔다. 한 감독은 갑자기 등을 내민 뒤 "좀 긁어보라"고 이야기했다. 안승민도 가던 길을 멈추고 한 감독의 가려운 등을 긁었다. 한 감독은 "옳지 그래 역시 컨트롤이 좋아"라고 칭찬했다.
한 감독 말대로 안승민은 제구력이 좋은 투수다. 안타를 맞더라도 볼넷을 주지 않는 스타일이다. 9일 대전 넥센전에서 안승민은 한 감독의 기대대로 안정감있는 피칭을 보였다. 6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2실점. 지난 3일 광주 KIA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하며 시즌 3승(5패)째를 거뒀다. 지난 5월15일 대전 삼성전에 시즌 2승을 거둔 후 7전8기이자 55일만에 3승째를 수확.
4월 5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3.13으로 안정감있는 피칭을 선보인 안승민은 그러나 5월 5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6.29로 주춤했다. 그러더니 6월 4경기에서는 승리없이 3패 평균자책점 11.40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한대화 감독은 "한 번만 더 부진하면 시말서를 쓰게 할 것"이라며 안승민을 압박했다. 지난 3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비자책) 퀄리티 스타트로 부활 가능성을 보였다.

이날 안승민은 안타를 8개나 맞았다. 3회 허도환-김민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폭투로 무사 2·3루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김민우의 유격수 땅볼 때 허도환이 홈을 밟아 1점을 준 안승민은 4회 2사 후 강정호에게 2구째 가운데 높은 141km 직구를 던지다,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도 한 방 맞았다. 하지만 득점권에서 넥센 타자들을 6타수 무안타로 묶으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직구(39개)보다 체인지업(27개)·슬라이더(22개)·커브(1개) 등 변화구 비율을 높게 가져가며 맞춰 잡는 피칭을 펼쳤다.
무엇보다 볼넷이나 몸에 맞는 볼 같은 사사구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투구수도 많지 않았고, 쉽게 쉽게 맞춰 잡는 피칭으로 넥센 타선을 효과적으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안승민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5.80에서 5.57로 낮췄고 9이닝당 볼넷도 평균 1.84개에서 1.70개로 끌어내렸다. 안승민의 9이닝당 볼넷은 한화 팀 내에서 가장 적으며, 리그 전체로 확장해도 7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전체 5번째에 해당한다. 안승민이 6월 슬럼프를 딛고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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