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두산과 결별' 윤경신의 좌절과 꿈
OSEN 전성민 기자
발행 2011.07.10 07: 37

  
지난 2006년 윤경신(38, 203cm)은 1995년부터 몸담았던 독일 분데스리가 굼머스바흐를 떠나게 됐다. 그의 고별 경기에는 2만 여 명의 팬들이 운집해 눈물을 글썽이며 그들의 영웅을 보냈다. 선수와 팬에게 모두 잊을 수 없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날이었다.
분데스리가 최다득점(2905골)을 기록하며 6회 연속 및 통산 8회 득점왕에 오른 윤경신은 2008년 두산에 입단해 3년 동안 뛰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윤경신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없게 됐다.

두산과 윤경신은 재계약 과정서 수평선을 달렸다. 지난 6월 말 윤경신과 계약이 끝난 두산은 8개월 계약을 제의했다. 이상섭 두산 감독은 지난 9일 2011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챔피언전 1차전 후 "2012년 2월 코리아컵이 끝난 뒤 은퇴식을 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윤경신은 팀에 필요한 선수다. 하지만 팀을 운영하려면 세대교체 등 전체적인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챔피언전 1차전 출전 선수 명단에서 빠진 윤경신은 유니폼 대신 양복을 입고 광명실내체육관 관중석서 경기를 지켜봤다. 8일 발표된 남자 대표팀에 선수 겸 코치로 발탁된 윤경신은 최석재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후 만난 윤경신은 어렵게 재계약 협상 과정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윤경신은 "3년 동안 두산서 열심히 운동했는데 8개월 계약 연장 제의를 받았을 때 너무 서운했다"고 토로했다. 8개월 계약은 지금까지 선수로 뛰면서 해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경신은 "많이 힘들었다. 한국에 와서 선수 생활을 한 게 후회가 될 정도였다. 멋있게 마무리를 잘하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함께 땀 흘린 두산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관중석서 바라봐야 했던 윤경신은 "허탈했다. 결승전까지 오기까지 긴 과정이 있었다. 큰 경기에 함께 뛰며 좋은 결과를 얻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윤경신은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팬들에게 다시 멋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윤경신은 오는 10월 완공되는 SK핸드볼 전용 경기장서 열리는 런던올림픽 아시아 예선에 국가 대표팀 코치이자 선수로 나서게 된다.
윤경신은 "지도자로서는 경험이 많지 않지만 열심히 준비하겠다. 선수와 감독 간의 소통을 원할하게 하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싶다. 해외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경험을 선수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윤경신은 "대표팀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있었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뛸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현재 내 생각으로는 2012년까지는 뛸 수 있을 것 같다. 두고 볼 일이다"며 은퇴 시점을 확정 짓지는 않았다.
'살아있는 핸드볼의 전설' 윤경신은 자신이 바라는 멋진 마무리를 위해 다시 경기장 중앙에 섰다.
bal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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