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실체를 드러냈다. 기대대로 물건이다.
한화 새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1)가 인상적인 세이브 신고식을 치렀다. 바티스타는 지난 9일 대전 넥센전에서 7-5로 리드한 9회 구원등판, 1이닝을 탈삼진 2개 포함 퍼펙트로 틀어막고 한국 무대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특히 최고 152km 강속구와 146km짜리 커터를 구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가 괴물임을 입증하는 데에는 공 10개면 충분했다. 직구 평균 구속은 151.5km. 강력한 강속구로 넥센 타자들을 제대로 윽박질렀다. 마지막 타자 장기영은 공 3개를 멀뚱 바라보다 당했다. 바티스타의 진짜 실체였다.
▲ 적응 완료

합류 첫 날이었던 지난 6일 대전 LG전에서 첫 등판한 바티스타는 첫 타자 조인성을 삼진 처리했지만 이후 연속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남기고 간 주자 2명이 모두 홈으로 들어와 2실점. 하지만 7일 대전 LG전에서도 이진영을 삼진 처리하며 몸 상태를 점차 끌어올렸다. 그리고 9일 대전 넥센전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였다. 10개의 공 중에서 스트라이크가 8개였고 컨트롤도 원하는 곳으로 잘 이뤄졌다. 점차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대화 감독은 "빨리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보여줘도 된다"며 배려했고, 바티스타도 기대대로 점차 적응해가고 있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갈수록 좋아져가는 게 보인다"며 만족스러워했다.
▲ 비디오보다 낫다
바티스타는 지난 몇 년간 한화가 관심을 갖고 지켜본 선수였다. 그리고 올해에야 인연이 닿았다. 한대화 감독과 정민철 투수코치는 바티스타의 투구 영상을 보고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막상 직접 보니 기대이상이다. 정민철 코치는 "비디오로 본 것보다 더 좋다. 투구 메커니즘이나 구위가 뛰어나다"는 호평을 내렸다. 198cm라는 큰 신장에서 던지는 공이 위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바티스타는 "내 최고의 주무기는 바로 포심 패스트볼"이라고 할 정도로 직구에 큰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직구가 150km가 기본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커터가 최고 146km까지 찍혔다. 커브도 최고 133km. 노림수를 갖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 공략이 쉽지 않다.

▲ 긴 손가락과 커터
정민철 코치는 농구계의 '국보급 센터' 서장훈보다도 손가락이 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바티스타는 정 코치보다도 손가락이 더 길다. 정 코치는 "중지를 기준으로 손바닥까지 내가 21cm인데 바티스타가 22cm로 더 길다"고 밝혔다. 이어 "선동렬 감독님과 (류)현진이처럼 손가락이 짧아도 독보적인 투수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손가락이 긴 것이 유용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바티스타는 마무리투수이기 때문에 굳이 많은 구종이 필요하지 않다. 정 코치는 "그 정도 커터라면 충분히 통할 만하다. 물론 더 재미를 보기 위해서는 종으로 떨어지는 공이 필요하겠지만 짧은 이닝을 던지기 때문에 커터로도 당분간은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바티스타도 "가장 자신있게 던지는 변화구는 커터"라고 할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
▲ 오픈 마인드
첫 세이브 작성 후 바티스타는 "경기 전 코치님들과 전력분석원들이 많은 정보를 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공을 돌렸다. 정 코치는 "담당코치로서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한 것뿐이다. 코치의 주문은 선수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한데 그렇게 받아들였다니 다행스럽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주자가 있을시 얼마나 퀵모션을 빨리 가져갈 수 있느냐 대목이 그것이다. 바티스타는 "미국에서 따로 퀵모션을 재보지 않았다"고 했다. 정 코치는 "퀵모션이 문제다. 지금처럼 스피드 위주보다 볼 스피드에도 편차도 줄 필요가 있다"며 "늘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지만 언젠가 위기도 올 것이다. 그때 소통을 잘해 바티스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바티스타도 "기회를 잡고 싶다. 이곳 야구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기간인데 이것저것 많이 챙겨줘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제2의 가르시아 효과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한 분위기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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