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나이의 두 투수가 같은 날 교체 선수로 한국 무대 입성을 확정지었다. SK 와이번스의 브라이언 고든(33)과 롯데 자이언츠의 크리스 부첵(33)의 이야기다.
SK와 롯데는 지난 9일 각각 짐 매그레인, 브라이언 코리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고든과 부첵을 확정지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1978년생으로 나이로는 베테랑 축에 속한다.

그러나 경력은 차이가 난다. 2000년 6월 어번대를 졸업하고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에 1라운드 투수로 입단했던 부첵과 달리 1997년 라운드 록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에 외야수로 7순위 지명된 고든은 2006년 휴스턴 시절 외야수에서 투수로 뒤늦게 전향한 이색 전력을 지니고 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선수가 팀에 얼마나 적응하느냐다.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성향을 모두 체득한 최희섭(KIA)은 "외국인 선수의 경우 자기가 가진 기량보다 팀과 리그에 얼마나 적응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최희섭만이 아닌 다른 대다수의 국내 선수들도 인지하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다.
두 투수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면 또 하나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젊은 투수가 베테랑이 되는 경우 대개 컷 패스트볼이나 투심 등 직구 변종 구질으로 떨어지는 직구 구속을 상쇄하며 땅볼을 유도하는 공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든과 부첵은 그 현상을 역행하고 있다.
고든의 경우는 투수로 본격 전향한 지 5년 밖에 되지 않은 선수. 그만큼 어깨가 또래 투수들에 비해 훨씬 싱싱하다. 또한 150km에 달하는 직구와 100km대 후반의 슬로커브, 120km대에 달하는 파워커브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투수다. 시즌 개막 이후에도 느린 직구 구속으로 김성근 감독의 골머리를 앓게 했던 전임 매그레인과는 확실히 다른 몸상태다.
필라델피아 산하 트리플 A 리하이밸리서 고든은 12경기(선발 9차례)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04에 60⅓이닝 동안 63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또한 땅볼/뜬공 비율 0.78로 플라이볼 투수의 모습을 보였다. 정통 포심 패스트볼과 느린 변화구 패턴의 투수임을 기록도 알려준다.
리하이밸리가 속한 미 동부 인터내셔널리그는 대체로 투수 지향적인 리그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고든은 타자지향적인 미 서부 퍼시픽코스트리그에서도 2할5푼을 넘지 않는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플라이볼 투수로 피안타율이 낮은 대신 한 방을 맞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지난 2년 간 마이너리그서 피안타율이 2할4푼7리인데 비해 평균자책점 3점대 중반.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첵은 탬파베이 산하 트리플 A 더햄 불스에서 16경기(선발 7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했다. 피안타율 2할1푼8리에 땅볼/뜬공 비율 0.67이다. 부첵의 경우 땅볼 유도형 구질을 갖추고 있으나 빈도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특히 부첵은 지난해 요코하마에서 15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하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25⅓이닝 동안 피사사구 8개로 제구력은 양호한 편이었으나 38개의 피안타를 허용했다. '막대기 직구' 포심 패스트볼의 볼 끝이 떨어지면 기복이 심한 편이던 투수가 바로 부첵이다.
파울 커트 등 컨택 능력이 좋은 국내 타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리그 적응력을 쌓는 일은 당연한 것이다. 투구 스타일 면에서 직구 변종 구질을 장착한 기교파라기보다 정통파 투수의 면모를 보여주는 고든과 부첵은 한국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사진> m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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