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이 없어서' 뚜껑열린 프로야구 선수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7.11 11: 11

[OSEN=이대호 인턴기자] 1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롯데의 시즌 11차전. 롯데 이대호는 3회초 SK 선발 글로버의 빠른 공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작렬시켰다. 이대호의 올 시즌 21호 홈런. 하지만 다음 타자 강민호가 볼넷을 골라 나간 후 문학구장에 내리는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우천 노게임이 선언돼 이대호의 홈런도 무효로 돌아가고 말았다.
여름철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비가 잦고 아직 돔구장이 없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와 같은 우천 노게임을 종종 볼 수 있다. 지난해 모 광고에서 두산 김현수가 홈런을 날리고도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 돼 눈물 흘리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5회가 끝나기 전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면 앞서고 있는 팀의 표정도 조급하지만 홈런을 날린 선수도 안절부절 못 한다. 거센 빗줄기에 홈런을 떠내려 보내야했던 불운한 선수는 누가 있었을까.
우천 노게임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전날 SK와 롯데의 문학 경기까지 정규 시즌 86경기, 포스트 시즌 2경기가 있었다. 그리고 29명의 선수가 총 37개의 홈런을 비로 인해 도둑맞았다. 이 가운데 첫 피해자는 한화 장종훈 타격코치였다. 장 코치는 선수시절이던 1993년 4월 10일 빙그레와 태평양의 대전 경기서 1회말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으나 3회 말 양 팀이 2-2로 맞선 상황서 쏟아진 비로 노게임이 선언돼 불운에 울어야 했다.

한 번만 비로 인해 홈런을 잃어버려도 억울할 텐데 두 번이나 당한 선수는 심정수, 김동주, 박경완, 타이론 우즈, 김기태, 펠릭스 호세, 조동찬, 이대호 등 모두 8명이 있다. 이중 LG 김기태 2군 감독은 삼성에서 뛰던 2000년 5월 26일 대구 롯데전서 1회와 3회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으나 4회 말 내린 비로 한 번에 2개의 홈런을 잃었다. 동시에 삼성은 그 경기서 우천 노게임이 선언되는 순간 8-0으로 앞서고 있어서 최다 점수차 노게임이라는 불운을 맛봐야 했다.
삼성 조동찬은 2002년 프로 데뷔 후 통산 53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지만 조동찬은 지난해 7월 27일 대전 한화전과 8월 10일 사직 롯데전서 홈런을 기록했지만 우천 노게임으로 2주 사이 두 번이나 눈물 흘려야 했다. 조동찬은 지난 시즌 9개의 홈런을 기록했으나 만약 무효 처리된 홈런 2개가 인정받았다면 데뷔 후 세 번째 두 자리 수 홈런을 달성할 수 있었다.
우천 노게임으로 가장 많은 피해자가 속출한 경기는 2009년 6월 9일 목동 히어로즈와 KIA의 경기다. 3회초 KIA 홍세완이 투런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에 질세라 히어로즈는 0-6으로 뒤진 3회말 무려 네 명의 타자가 홈런포를 가동했다. 선두타자 덕 클락이 홈런을 쏘아 올렸고 이어 황재균이 연속타자 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1사 후 클리프 브룸바가 솔로포를 터트렸고 아웃 카운트가 하나 늘어난 뒤 송지만이 또 솔로 홈런을 날렸다.
히어로즈는 한 이닝 4홈런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했지만 4회초부터 내린 비로 모두 없던 일이 됐다. 히어로즈는 5-8로 뒤지고 있었기에 다른 한 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타자들은 입맛만 다셨지만 이날 '한 이닝 4피홈런'의 치욕을 당한 KIA 선발 아퀼리노 로페즈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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