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마운드, 사사구 남발에 골머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7.11 14: 50

"경기 끝나고 영어 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거야".
넥센 김시진 감독은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적장 한대화 감독을 찾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영어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김 감독이 말한 영어란 전광판에 표기되는 ABC를 뜻하는 것이었다. 대개 전광판 사사구란은 두 자릿수를 나타낼 수 없어 영어로 대체한다. 10은 A, 11은 B, 12는 C로 나타내는 형식이다. 그만큼 요즘 사사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넥센은 올해 사사구 허용이 가장 많은 팀이다. 볼넷 333개, 사구 48개로 모두 리그에서 가장 많다. 제1선발을 맡아줘야 할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는 볼넷(53개)과 사구(9개) 모두 불명예 1위에 올라있다. 볼넷 부문 10위에 1위 나이트(53개), 4위 김성현(45개), 공동 5위 문성현(43개)이 들어가있다. 투수들이 시원하게 안타나 홈런을 맞는 것도 아니고, 볼넷으로 피해가는 피칭을 하다 보니 답답함만 가중된다.

넥센은 지난해에도 사사구가 709개로 가장 많은 팀이었다. 경기당 평균 5.33개에 달했다. 올해도 72경기에서 사사구 381개로 경기당 평균 5.29개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7월 6경기에서 총 33개의 사사구를 남발했다. 지난 5일 군산 KIA전에서는 11개 사사구 남발로 자멸했다. 주축 투수들이 모두 트레이드로 팀을 나가며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투수들로 마운드를 재편했지만 썩 만족스럽지 않다.
김 감독은 "차라리 타자에게 두드려 맞는 게 낫다. 볼카운트 1-2, 1-3, 2-3까지 간 뒤 파울로 커트를 당하다 볼넷을 준다. 한 타자에게 7~8개씩 공을 던지면서 힘을 빼는데 그럴 바에야 스트레이트 볼넷을 주는 게 낫다"며 "볼넷이 많아지면 야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방망이도 제대로 치지 못하게 된다"고 답답함을 나타냈다. 실제로 넥센은 팀 타율이 2할4푼9리로 전체 7위이며 경기당 평균 득점도 4.0점으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마운드의 사사구 남발을 시작으로 팀 전체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9일 대전 한화전도 그랬다. 선발 문성현은 1회 3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2회에만 볼넷 3개를 남발하며 조기 강판됐고 넥센도 허무하게 패했다. 이날 패배로 최하위 넥센은 7위 한화와 격차가 5.5경기차까지 벌어졌다.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볼넷 금지가 절실한 시점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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