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제가 못했으니까 오히려 죄송하죠".
한화 6년차 우완 투수 유원상(25)이 LG로 트레이드됐다. 유원상은 11일 좌완 양승진과 함께 LG 우완 김광수와 2대1 트레이드됐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1차 지명으로 계약금 5억5000만원을 받고 입단한 유망주 유원상은 6년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이날 오전 소식을 접한 유원상은 경기장에서 집으로 돌아가 서울로 올라갈 짐을 쌌다. 한창 짐을 싸고 있는 유원상과 연락이 닿았다. 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이날 오전 경기장에서 트레이드 소식을 접한 유원상은 "기분은 덤덤하다. 아쉽기도 하지만 제가 못했으니 오히려 죄송하다"며 의연하게 말했다. 지난 6년간 한화에서 보낸 시간을 떠올린 그는 "많이 아쉽다. 그래도 프로에 처음 입단한 팀인데 더 잘해서 오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되지 못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올해를 꼽았다. "올해가 가장 안 좋았다. 선발로 나오지 못하고 중간으로도 감독님의 기대만큼 하지 못했다"는 것이 유원상의 말이다.

하지만 트레이드는 선수에게 좋은 자극제이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유원상은 "팀 동료들이 아쉬워하면서도 'LG에 가서 잘해라. 오히려 잘 된 것일 수 있다'고 격려도 많이 해줬다"며 동료들과 헤어진 순간을 돌이켰다. 이어 아버지와도 전화 통화했다. 유원상의 아버지는 경찰청 사령탑을 맡고 있는 유승안 감독. 유 감독은 "안 그래도 분위기를 전환할게 필요했는데 잘 된 일이다. LG에서 열심히 잘하라"며 아들을 감싸안았다.
유원상은 2006년 한화 입단동기 양승진과 함께 LG로 가게 됐다. 그는 "LG에 아는 선수가 얼마 없는데 같이 가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유원상에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팀이다. 유원상은 지난해 4월23일 잠실 LG전에서 9이닝 102구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다. 그때 구장은 잠실구장. 투수에게 불리한 대전구장보다 드넓은 잠실구장이 유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유원상은 "아무래도 잠실이 대전보다는 편하기는 할 것이다. 완봉승한 기억도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구장"이라며 새로운 터전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LG는 현재 4위에 올라있는 팀이다. 7위 한화보다 4강권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5위 두산과 6위 롯데의 추격을 받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가운데 유원상을 영입함으로써 전력보강 효과를 노리고 있다. LG는 유원상을 향후 선발로 기용할 가능성도 비치고 있다. 유원상은 "지금 LG가 4강권에 있는 팀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보탬이 되고 싶다. LG가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다"는 각오를 보였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백의종군하겠다는 자세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동안 응원해 온 한화팬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유원상은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쉽지만 팬들께서 기대하신 만큼 하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가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짐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저녁부터 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했다. 비록 한화를 떠나지만 그는 아쉬워할 틈없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만 25세. 좌절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다. 유원상이 제2의 야구 인생 출발선에 섰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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