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유니폼을 벗었다. 이제는 줄무늬 유니폼으로 새출발한다.
한화 우완 유망주 유원상(25)이 LG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유원상은 지난 11일 좌완 양승진과 함께 LG 김광수와 2대1 트레이드됐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1차 지명으로 한화 구단 사상 최고액 5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입단했던 그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좌절하기에는 그의 나이가 너무 젊다. 그동안 마땅한 자극제가 없었던 유원상의 야구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 유원상은 왜 실패했나

한화에서 유원상이 남긴 성적은 118경기 17승30패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5.52. 한 시즌 최고 승수는 2008~2010년 5승으로 실망스러웠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선발 기회를 꾸준히 부여받았지만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는 불펜으로 전환했다. 한대화 감독은 "그만하면 충분히 기회를 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불펜으로 전환한 올해도 25경기에서 승리없이 1패3홀드 평균자책점 6.62로 부진했고 결국 지난달 13일 2군으로 내려갔다. 이후 1군에 올라오지 못한 채 트레이드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입단 당시 유원상은 우완 정통파로 기대를 모았다. 140km 중후반대 묵직한 직구와 각도 큰 슬라이더라는 확실한 무기도 있었다. 그러나 고질적인 제구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통산 9이닝당 사사구가 평균 5.24개다. 그러자 볼 스피드를 줄이는 대신 제구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하지만 반대로 구위가 무뎌졌다. 2008년 123⅔이닝 동안 피홈런이 단 8개였던 유원상은 2009년 이후 3년간 284⅔이닝 동안 피홈런 49개를 맞았다. 9이닝으로 환산할 경우 0.58개에서 1.55개로 급상승한 것이다.
▲ 기술적인가 심리적인가
기술적으로 그의 얌전한 투구폼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모감독은 "오랜 이닝을 막기에는 힘든 투구폼이다. 폼이 너무 조용하고, 와일드하지 못하다.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 쉽다. 투구폼을 한 번 바꿔보면 어떨까 싶은데 그렇게 하면 밸런스를 잃는 모양이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투수코치는 "볼을 놓는 순간 포인트가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확실한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힘을 싣지 못하는 투구폼과 불안정한 릴리스 포인트가 문제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심리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유원상과 같은 해 입단한 류현진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함께 기회를 부여받았으나 더딘 성장세를 보인 양훈과 김혁민은 올해 나란히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원상이가 독한 면이 조금 부족하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질 필요가 있다"는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올해 원치 않게 불펜으로 내려간 것도 그의 의욕이 떨어진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그의 아버지인 유승안 경찰청 감독은 "(유)원상이가 생각보다 내성적인 듯하다.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헤쳐 나가야 하는데 수동적인 면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 새로운 출발과 전환점
트레이드 소식을 통보받은 유원상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그는 "경기장에서 소식을 들었다. 기분은 덤덤하다. 아쉽기도 하지만 제가 못했으니 오히려 죄송하다. 처음 입단한 팀에서 더 잘해 오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기대를 많이 하신 팬들께도 죄송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안 그래도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주위에서도 잘 된 일이라고 격려를 해주셨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유원상의 말이다. 자극제가 마땅치 않고 오히려 자신감을 잃었던 유원상에게 트레이드는 좋은 기회이자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가 앞으로 쓰게 될 홈이 잠실구장이라는 점도 희망적이다. 유원상이 그동안 홈으로 쓴 대전구장은 타자 친화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한 거리가 아니라 투수들의 심리마저 흔들어 놓는다. 이곳에서 오랜 기간 선수생활을 한 한용덕 한화 재활군 코치는 "구장 크기에 따라 볼 배합도 달라진다. 투수 성향에 따라 많이 흔들릴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유원상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유원상은 "잠실구장에서 작년에 첫 완봉승을 한 좋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4월23일 잠실 LG전에서 완봉승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통산 잠실구장 성적은 2승6패 평균자책점 5.79로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그의 아버지 유승안 감독은 "원상이가 몸에 문제는 없다. 잘 안되니까 가라앉아 있었던 것뿐"이라며 "트레이드는 그 팀의 슈퍼스타를 하는 게 아니라 중간급의 선수를 필요에 따라 하게 마련이다. 트레이드로 인해 마음을 다시 가다듬는다면 야구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유승안 감독도 현역 시절 MBC와 해태를 떠나 빙그레서 꽃을 피웠다. 선수에게는 맞는 팀이 있다. 유원상에게는 LG가 그런 팀이 될 수 있다. 이날 오후 짐을 싸 저녁에 LG 선수단에 합류한 유원상은 "지금 LG가 4강권에 있는 팀이기 때문에 꼭 보탬이 되고 싶다. LG가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다"는 각오를 보였다. 이제 만 25세. 새출발하기 좋은 나이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