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11일 한화 이글스와 1대2 트레이드를 통해 잠재력이 넘치는 우완투수 유원상(25)을 영입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트레이드였기에 모두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LG가 시즌 초 마무리 역할을 했던 김광수를 내주며 데려왔다는 점은 유원상을 데려온 이유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한다.
LG는 왜 유원상을 영입한 것일까.

▲그는 여전히 유망주
지난 2006년 천안 북일고를 졸업한 유원상은 1차지명으로 5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했다. 프로 입단 당시에만 해도 한기주(KIA) 나승현(경찰청)과 함께 '빅3'로 분류될 정도였다. 그러나 입단 첫 해 1군 등판 기회를 얻지 못한 그는 2007년말부터 1군에 올라와 8경기에서 2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4로 가능성을 보인 뒤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3경기 평균자책점 0.93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2008년부터는 풀타임 1군 투수가 된 유원상은 5승4패 평균자책점 4.66을 기록한 뒤 2009년 다시 풀타임 선발 기회를 얻었으나 5승10패 평균자책점 6.64에 머무르며 부진했다. 지난해에도 선발진의 한 자리를 차지한 유원상은 29경기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142⅓이닝을 던졌지만 5승14패 평균자책점 5.50으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올해 불펜투수로 활약한 유원상은 25경기에서 승리없이 1패3홀드 평균자책점 6.62을 기록한 상태에서 지난달 13일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유원상은 140km 중반대 직구와 130km 초반의 각도 큰 슬라이더를 던질 줄 안다. 문제는 제구력이다. 좋은 공을 꾸준히 던지지 못하는 점이 그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부분만 보완한다면 유원상은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확실한 선발급 투수가 될 수 있다.
LG 관계자도 "유원상은 재능이 있는 투수다. 아직 나이도 어리다. 선발투수로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LG전에 강했던 유원상
LG가 유원상에게 눈이 먼 이유가 있다. 유원상은 지난해 4월 23일 잠실 LG전에서 9이닝 동안 삼진 4개를 곁들여 3피안타 2사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데뷔 첫 완봉승이었다. 유원상은 이날 최고 구속 143km의 직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고 134km까지 나오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구사했다. 특히 유원상은 직구 볼 끝이 상당히 묵직했고 우타자 바깥으로 꺾여나가는 슬라이더의 각도가 매우 예리했다. 유원상은 9회까지 102개를 던졌지만 경기 후 "더 던질 수 있다"며 강한 체력을 보여줬다.
당시 박종훈 LG 감독도 유원상의 투구에 "정말 좋은 공을 던졌다"면서 "직구를 비롯한 슬라이더 모두 완벽에 가까웠다"고 칭찬을 했다. 한대화 한화 감독 역시 "유원상이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잘 던졌다. 특히 완급조절이 좋아졌고 맞춰 잡는 것 또한 많이 향상 된 것 같다"고 극찬했다.
LG로서는 이날 유원상에 대한 기억이 강했다. 이 정도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원석이라면 일단 데려와서 조련을 통해 갈고 닦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LG 관계자 역시 트레이드 후 "유원상이 지난해 우리를 상대로 완봉승을 했다. 이날 정말 좋은 공을 던졌다"고 말한 만큼 그를 영입한 명확한 증거가 됐다.
▲잠실에서 잘 던질 가능성이 큰 유원상
유원상은 입단 후 지금까지 통산 118경기에 출장해 427⅓이닝 동안 17승30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했다. 그런데 피홈런이 무려 59개다. 유원상은 대전구장에서 208⅔이닝 동안 31개의 홈런을 맞은 반면에 잠실구장에서는 70이닝 동안 7개 밖에 되지 않았다.
유원상은 넓직한 잠실구장에서 던질 경우 홈런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더욱더 자신감있게 공을 뿌릴 수 있다. 실제로 LG 투수들의 경우 지난해까지 설치됐던 'X존'을 폐지하면서 피홈런 숫자가 훨씬 줄며 평균자책점 수치도 내려갔다.
비록 유원상이 잠실구장에서 통산 2승6패 평균자책점 5.79로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원정이 아닌 홈구장으로 사용할 경우 지난 수치와 다른 결과는 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원상의 몸 상태와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트레이드 발표 후 유원상은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과 함께 "지금 LG가 4강권에 있는 팀이기 때문에 꼭 보탬이 되고 싶다. LG가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다"는 의욕을 다졌다.
LG에서 원했던 카드였던 만큼 이제 유원상이 자신의 잠재력만 보여주면 된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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