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21, KIA 타이거즈)이 '수비요정'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정도로 연일 호수비를 선보였다.
안치홍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3연전에서 매 경기마다 호수비를 선보이며 KIA 투수들에게는 놀라운 기쁨을, LG 타자들에게는 깊은 상처를 줬다.
안치홍은 8일 LG전에서 3회 양영동의 빗맞은 타구가 머리 뒤를 넘어 우전안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안치홍은 자신의 2루 지역에서 20m 이상 외야로 달려 나가며 다이빙 캐치로 공을 잡아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투수 윤석민도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기만 했다.

이 뿐이 아니다. 안치홍은 9일 LG전에서도 비록 팀이 3-4로 패했지만 수 차례 호수비를 선보였다. 3회 윤상균의 직선 타구를 높이 뛰어 올라 잡아낸 데 이어 안치홍은 5회 윤상균을 한 번 더 울렸다. 윤상균이 손영민의 공을 쳐냈고 타구는 2루 베이스 옆으로 낮게 날아갔다. 그러나 안치홍은 또다시 앞으로 슬라이딩하며 공을 라인 드라이브로 잡아냈다.
안치홍의 호수비는 10일 LG전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1회 2사 후 이진영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몸은 유격수 방향으로 가는 대신 공중으로 높이 뛰어 올라 공을 정확하게 1루로 뿌리며 아웃을 시켰다. 나비처럼 날아오른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특히 안치홍은 올 시즌 수비율도 508⅔이닝 동안 328번의 타구에서 포구실책 5개가 전부다. 수비율도 9할8푼5리로 수준급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안치홍은 어떤 점이 좋기에 꾸준히 호수비를 할 수 있을까.
안치홍 수비의 가장 큰 비결은 집중력과 이미지 트레이닝이었다. 그는 "매 수간 집중하려고 한다. 경기 중에도 계속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이쪽으로 빠른 타구가 오면 어떻게 다이빙을 해서 다음 동작에는 누구에게 송구를 해서 주자를 잡아낸다는 생각 뿐"이라며 웃었다. 미리 타구가 어떻게 올 지 생각해 본다는 것은 스타트를 끊는데 매우 중요한 열쇠다. 스타트의 차이가 곧 수비 실력의 기본 중에서 기본이다.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에 대해 안치홍은 "프로 오기 전부터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에 자신이 있었다. 특별히 부담감은 없다. 볼만 보고 끝까지 따라가서 잡겠다는 마음이 강하다"고 말했다.
안치홍의 두 번째 강점은 서울고 시절 유격수로 뛰었다는 점이다. 그는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2루수로서 병살 플레이를 연결할 때 강점이 있다. 프로 입단 후 유격수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유격수로 고작 1이닝만 소화했다. 공도 한번도 잡아보지 못했다.
안치홍도 "예전에는 유격수에 욕심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2루에서 재미를 느낀다. 유격수도 매력이 있지만 2루는 수비 뿐 아니라 공격도 잘 해야 한다"면서 "공격형 2루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예전부터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플레이를 동영상으로 자주 관찰한 안치홍은 "가장 닮고 싶은 선수는 플로리다 말린스 유격수인 헨리 라미레스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공격력이 매우 뛰어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2루수인 체이스 어틀리도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2루수 체이스 어틀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2루수에 대한 평가 기준을 바꿔 놓았다. 이전까지 2루수는 유격수, 3루수에 비해 어깨가 약하지만 수비 센스가 있는 선수가 하는 정도였다. 내야 다른 포지션에 비해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어틀리를 계기로 메이지리그 스카우트들 스카우팅 리포트 평가 항목 점수에서도 2루수의 첫 기준은 공격력이 되어 버렸다. 뉴욕 양키스 2루수인 로빈슨 카노 역시 공격형 2루수다.
안치홍은 이제 약관의 21살밖에 되지 않지만 "정근우 선배도 넘고 싶다. 꼭 올 시즌이 아니더라도 내년, 내후년이 되더라도 앞으로 꼭 최고의 2루수가 되고 싶다"면서 "그렇게 되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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