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신하균 "아직도 내 연기보면 손발 오글거린다"[인터뷰]
OSEN 이혜진 기자
발행 2011.07.12 09: 40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스케일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실망할 테다. 하지만 ‘고지전’엔 그것을 넘어서는 재미가 있다.”
배우 신하균이 휴먼 대작 ‘고지전’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고지전’은 한국전쟁의 휴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던 1953년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벌어진 치열한 전투와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면 전쟁 영화.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는 최전방 고지의 교착전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간애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신하균이 영화를 위해 군복을 입은 건 이번이 세 번째. ‘공동경비구역 JSA’(2000) ‘웰컴 투 동막골’(2005)에서 각기 다른 성격, 상황에 처한 군인 역으로 높은 흥행 기록을 세웠던 그가 이번엔 방첩대 중위 ‘강은표’ 역으로 변신해 관객의 눈에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웰컴 투 동막골’과 너무 다른 영화다. ‘웰컴 투 동막골’은 코믹적인 요소와 감동이 혼재돼 있는데 ‘고지전’은 그렇게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다. 그러면서도 뼈가 시릴 정도의 먹먹함이 있다. 이 영화는 건조하면서도 슬픈 감정을 가지고 있다. 따뜻함, 인간애가 있는 감동이라기보다 전쟁이란 저항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힘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는 영화다.”
신하균은 전쟁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만으로 ‘고지전’을 정의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남성적인 전쟁영화가 아니다”면서 “우리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전쟁의 아픔을 섬세하게 건드려 주는 영화, 그래서 더 좋은 작품이었다”고 회상했다.
배우 인생 13년 차인 신하균의 행보는 무척이나 이색적이다. 영화 데뷔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비슷한 캐릭터를 맡아 본 적이 없다. 영화의 장르도 어느 하나에 얽매이지 않는다.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올리고도 단역, 조연도 마다하지 않는다. ‘새로움’이 그의 연기 인생을 끌어나가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형식, 캐릭터, 감독님까지 얼마나 새로운지를 많이 고려한다. 새로움을 찾다보니 계속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고지전’을 하게 된 것도 전에 볼 수 없는 섬세한 전쟁영화였기 때문이다.”
 
신하균의 필모그래피는 우등생의 성적표와 닮았다. 좋은 성적을 낸 묵직한 작품들이 햇수별로 꾸준히 들어차 있기 때문. 좋은 작품들, 감독들과 계속해서 작업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운이 좋은 거다. 좋은 작품 많이 할 수 있었던 건 내 의지로 되는 게 아니다. 배우가 작품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다. 좋게 봐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을 하며 정신없이 지내 왔다. 영화 데뷔하고는 13년이 됐는데 마치 13개월 된 거 같다.(웃음)”
이제 ‘베테랑’이란 수식어가 무색치 않은 연기 달인 신하균. 하지만 이 배우, 아직 자기 연기에는 자신이 없단다.
“내 연기를 보면 항상 아쉽다. 그래서 내가 출연한 영화는 잘 못 본다. 감정에 빠져 컨트롤 하지 못했던 부분, 꼭 표현했어야 했는데 놓친 부분들, 너무 과한 표현들...내 연기를 보고 있으면 후회되고 아쉽고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창피하기도 하다. 그래서 작품의 첫 시사 전날엔 잠을 못잘 정도로 걱정이 많이 된다. 처음 연기할 때나 지금이나 이런 부분에선 달라진 게 없는 거 같다.”
신하균은 똑똑한 배우다. 자신에 대해, 자신이 출연한 영화와 캐릭터에 대해 군더더기 없이 설명할 줄 안다. 과장도 축소도 없다. 그래서일까. 그의 답변에선 진정성이 느껴졌다.
“‘고지전’은 영화의 완성도나 만듦새가 뛰어나고 배우들의 앙상블이 보이는 영화다. 영화적인 재미도 있으면서 진정성도 놓치지 않는다. 장훈 감독님의 섬세하면서도 대중성 있는 연출력이 더해져 보다 많은 관객층을 흡수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엔 우리 현실에 대한 가슴 아픈 심정도 안고 나올 것이다. 대단한 전투신을 바란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고지전’엔 그것을 넘는 재미가 있다.”
8일 오전 그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고지전’이 은근히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선 ‘고지전’ 언론 시사가 열렸을 때, 신하균이 이 영화를 얼마나 정확히 꿰뚫고 있는지 새삼 놀라웠다.
“이 배우라면 잘 해낼 것”이라는 감독, 작가의 믿음으로 이 작품에 캐스팅된 신하균은 그들의 믿음에 200% 부응하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러닝타임 133분간 어떤 잡생각도 틈입할 수 없을 정도로 신하균, 고수를 비롯한 모든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압도적이다.
“흥행? 항상 기대는 한다. 열심히 했고 관객들이 재미있어 할 것이라 생각하고 촬영을 하니까. 이번에도 (기대) 많이 하고 있다.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까지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영화니까.”
‘공동경비구역 JSA’로 500만, ‘웰컴 투 동막골’로 800만 명의 흥행기록을 세운 신하균이 이번엔 ‘고지전’으로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tripleJ@osen.co.kr
<사진> 이대선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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