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가 떠올린 김경문 감독의 추억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7.13 08: 16

"배팅볼 투수일 때 감독님이 배터리코치로 내 공을 직접 받아주셨다. 갑자기 그 때 기억이 나네".
 
그의 커리어 하이 성적에는 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함께 했다. 선수 생명의 갈림길일 수도 있는 수술을 앞두고 그는 아쉽게 지휘봉을 내려 놓은 전 감독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두산 베어스 우완 이재우(31)와 김경문 전 두산 감독의 이야기다.

 
지난해 8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으나 재활 도중 다시 인대가 끊어지는 불운을 겪은 이재우는 조만간 팔꿈치 재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탐라대 시절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자퇴한 뒤 2000년 자신의 지명권을 지닌 두산에 배팅볼 투수 겸 전력분석원으로 입단했던 이재우.
 
그는 두산 입단 후 본격적인 투수로 전향한 뒤 2005년 홀드왕(28홀드), 2008시즌 11승을 거두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 중 두 차례에 공헌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경기 도중 팔꿈치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갔고 이후 1군에 다시 오르지 못했다. 이재우가 재활에 힘쓰던 사이 김 감독은 지난 6월 지휘봉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났다.
 
수술을 앞두고 이재우는 김 전 감독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학창 시절 내야수로 살아왔던 자신이 정식 투수가 된 옛 일을 돌이켜 본 것.
 
 
 
"대학 자퇴 후 두산의 문을 두드려 테스트를 받았다. 지명을 받은 선수가 대학을 자퇴할 경우 1년 간 자체 징계를 받기 때문에 1년 간은 선수로 뛸 수 없어 배팅볼을 던지던 때다. 그런데 그 때 최고 147km까지 기록해서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이 많이 놀라던 눈치였다".
 
주머니 속 숨겨졌던 구위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자 당시 배터리코치였던 김 전 감독은 이재우를 특히 눈여겨 봤다. 선수단의 정규 훈련이 끝난 후 김 전 감독이 직접 이재우의 공을 받으며 볼 끝을 테스트한 것.
 
"감독님이 그 때 내 공을 직접 받아주셨다. 그리고 2004년부터는 감독과 선수로 인연을 이어갔다. 2005년과 2008년. 그러고보니 내가 잘했을 때는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었다".
 
김 전 감독은 때로는 선수를 강하게 다그치고 믿으면서 선수들을 바라보았다. 2005년 76경기(99⅔이닝) 7승 5패 2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했던 이재우는 공익근무를 마친 뒤 2008년 11승 3패 17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1.55의 커리어하이 성적을 올렸다. 생애 첫 타이틀과 첫 한 시즌 두 자릿수 승수 속 팀은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내게 기회를 주신. 선수로서 정말 감사한 분이다. 떠나시기 전 통화를 했었는데 잘 되라고 말씀해주셨다". 자신에게 기회를 준, 그러나 전열 이탈한 뒤 시즌 도중 지휘봉을 놓아버린 전 감독에 대한 이재우의 옅은 웃음은 더욱 씁쓸했다.
 
farinell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