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욱-이영욱, 양 영욱의 '운수좋은 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7.14 07: 51

[OSEN=목동, 이대호 인턴기자] 인고의 시간 끝에 날개를 막 펼친 두 선수. 이제 기지개를 켜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하늘이 돕지 않았다.
13일 서울 지방엔 오후부터 밤까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나와 있었다. 그렇지만 경기 시간인 오후 6시 30분이 될 때까지 온다던 비는 오지 않았고 결국 잠실과 목동 두 군데서 LG-SK, 넥센-삼성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서울 하늘 아래 두 구장에는 모두 이영욱이 있었다. 바로 SK 사이드암 투수 이영욱(31)과 삼성 외야수 이영욱(26)이다. 둘은 올해 4월 10일 문학 경기서 삼성 이영욱이 SK 이영욱에게 스리런을 뽑아내 사상 첫 동명이인 상대 홈런 기록을 세운 인연이 있다. 

둘 사이의 '운명의 끈'은 줄곧 이어져 있었다. 모두 시즌 초 활약을 보이다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그렇지만 반전의 기회를 노리던 '양 영욱'은 최근 나란히 소속팀에서 활약을 펼쳤다. SK 이영욱은 8일 문학 롯데전서 깜짝 선발로 등판, 6이닝 2실점으로 팀의 7연패를 끊는 승리를 따냈다. 삼성 이영욱 역시 전날 목동 넥센 전에서 2회 무려 39타석만의 안타인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 승리를 도왔다.
이날 경기 역시 '양 영욱'에게 모두 중요한 한 판이었다. SK 이영욱은 지난번 선발 호투가 우연이 아님을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삼성 이영욱 역시 주전 중견수 배영섭의 체력 문제가 드러날 때 즈음 자신이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경기 초반 자기 역할을 100% 해주며 경기를 끌어가고 있었다.
SK 이영욱은 선발로 나서 LG 타선을 3이닝동안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묶으며 두 경기 연속 빼어난 투구를 보여줬다. 동시에 이영욱은 SK 선발 로테이션 잔류에 청신호를 켰다. 또한 삼성 이영욱 역시 2회 2사 2루서 좌익선상을 따라 흐르는 적시 2루타를 기록했다. 드디어 타격 컨디션이 정상 궤도에 돌아왔음을 알리는 타격이었다. 거기에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기에 삼성에게 귀중한 선취점이었다.
그렇지만 하늘은 '양 영욱'의 활약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다. 2회 부터 빗줄기가 그라운드를 적시기 시작하더니 3회에 들어서자 잠실과 목동 모두 경기 속행이 힘들 정도로 빗방울이 굵어졌다. 결국 목동구장에선 3회초 삼성 공격이던 오후 7시 11분, 잠실구장은 4회초 SK 공격이 진행 중이던 오후 7시 21분에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었다. 계속 내린 비로 결국 목동에선 오후 7시 45분, 잠실은 오후 7시 53분 우천 노게임이 결정됐다.
이날 훌륭한 모습을 보인 두 이영욱은 하늘을 원망스러운 듯 바라봤지만 비는 그칠 줄 몰랐다. 마치 현진건의 소설 '운수좋은 날'의 김첨지가 마지막에 허탈해 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과연 두 선수가 다음 경기에서 아쉬움을 한 방에 날리는 활약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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