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김성태의 긍정적 사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7.14 07: 32

"저만 유독 힘든 길을 걸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자신만의 사연이 있고 그 속에서 힘들게 운동하며 자리를 만드는 걸요".
 
생애 첫 올스타전 출장 멤버로 이름을 올린 사나이. 시크한 눈빛과 콧수염이 인상적인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넥센 히어로즈 12년차 우완 김성태(29)의 긍정적 사고는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지난 2000년 장충고를 졸업하고 넥센의 전신 격인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김성태는 그동안 제구난과 부상 등으로 인해 확실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7시즌 후 공익근무로 병역을 마친 뒤 2010시즌 복귀한 김성태는 지난해가 되어서야 비로소 1군 무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난해 김성태의 성적은 15경기(선발 13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3.95. 승운이 따르지 않는 불운 속 2승에 그쳤으나 입단 이후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비췄다. 김시진 감독 또한 올 시즌을 시작하며 "풀타임 선발 투수로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 김성태는 15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3승 6패 평균자책점 5.28(13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때로는 타자일순 후 공략당하는 모습을 보이며 무너지기도 했으나 그는 올 시즌 데뷔 이래 한 시즌 최다 이닝(76⅔이닝)을 소화하며 본격적으로 경험을 쌓고 있다.
 
선발진 한 축을 이루던 좌완 금민철이 팔꿈치 수술로 전열 이탈한 상황에서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킨 김성태는 감독 추천 선수로 뽑혀 오는 23일 잠실구장서 열리는 2011시즌 올스타전에 나서게 되었다. 선수 개인에게 뜻깊은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감독님께서 '이런 무대도 있다'라고 구경 시켜주시는 거라고 생각하렵니다.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재미있게 생각하려고 해요. 야구를 한 이래 다른 학교, 다른 팀 선수들과 함께 한 적이 없었거든요. 현대 입단 후 계속 한 팀에서 뛰어온 셈이고 상무나 경찰청에 가지 않았으니. 타 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알고 싶어요".
 
데뷔 후 10여년 간 팀이 그를 놓지 않았다는 점. 확실한 구위와 마운드에서의 과감성 등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지만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선수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팀에 잔류하면서도 꽤 오랜 시간 무명으로 지냈던 김성태는 예전의 자신을 돌아보며 더 웃으려 노력했다.
 
"제가 야구를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는 만큼 더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야구를 하고 싶어도 부상 때문에 공을 놓거나 하는 선수들도 있는걸요. 저만 힘들었던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들 노력하면서 힘들게 이 생활을 견디고 있습니다. 스스로 예민한 편이기는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야구를 재미있게 하려고 합니다".
 
1군에 정착해 로테이션을 지키고 경험을 쌓는데 재미를 느끼고 있는 김성태. 생애 첫 올스타전을 앞두고 "재미있게 꿈의 무대를 즐기겠다"라며 웃은 그는 더 화려한 내일을 꿈꾸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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