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문학 SK-롯데전. 1-2로 뒤진 롯데가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타자 이대호가 안타를 치고 나가며 찬스를 잡았다. 롯데는 양종민을 대주자로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후속 타자는 강민호. 볼카운트 1-3에서 SK 투수 정대현의 5구째 공이 가운데로 들어온 순간 1루 주자 양종민이 2루를 향해 뛰었다. 강민호는 공을 멀뚱 바라보고 있었고, SK 포수 정상호는 별다른 방해없이 2루 도루 저지에 성공했다. 경기는 이미 그때 SK에게로 넘어갔다.
당시 양승호 감독이 구사한 작전은 런앤히트. 주자가 다음 베이스를 향해 무조건 달리는 건 히트앤런과 같다. 다만 투수의 공이 스트라이크일 때만 치고 볼일 때에는 치지 않는 작전으로 볼카운트 1-3에서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강민호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공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고, 1루 주자 양종민도 2루에서 허무하게 잡혔다. 아직 롯데의 작전이 여물지 않고 조직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증명된 한판이었다.
우천 연기된 지난 13일 사직 한화전. 양승호 감독은 작전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양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대호와 홍성흔을 빼고 전부 번트 연습을 하라고 했다. 번트 뿐만 아니라 작전을 수행하는 것도 결국 연습이 필요하다"며 "3년 동안 하지 않은 것을 하고 있다. 그동안 공격적으로 해오던 선수들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롯데는 희생번트가 21개로 가장 적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 롯데는 희생번트 5위(62개)-6위(60개)-7위(60개)였는데 그보다도 더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롯데 선수들은 경기 전 번트는 물론 작전에 대한 연습도 하고 있다. 양 감독은 "방망이로만 치는 공격야구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상대 에이스 투수를 만나면 안타 1~2개로 득점을 내기 어렵다. 기습번트나 작전으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상대 수비가 좁아들게 되고 공격 면이 넓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습이 지금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꾸준한 연습을 통해 조금씩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양 감독의 생각이다.
양 감독은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다. 올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도 롯데 야구가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큰 틀에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인위적으로 뜯어 고치는 것은 어렵다. 양 감독도 "지금 팀컬러에는 안 맞는 부분도 있다. 사인을 내면 나부터 불안하다"며 "그런 스타일을 당장에는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고쳐나가는 것이 강팀이 되는 길이 아닌가 싶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롯데는 올해 4점차 이상 승부에서는 19승16패로 5할 이상 승률을 냈다. 두 자릿수 득점 경기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7차례나 펼쳤다. 타선이 터질 때에는 시원하게 이긴다. 그러나 3점차 이내 접전에서는 14승23패로 승률이 3할7푼8리밖에 되지 않는다. 불안한 불펜 문제도 있지만 타선도 점수가 필요할 때 짜내지 못한 것도 큰 이유. 롯데는 지금 더 강한 팀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있다. 물론 당장 성적도 내야 하는 팀이라는 게 딜레마라면 딜레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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