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는 감성적이고 잔잔한 내용의 작품들로 많은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이곳에서 제작한 다수 애니메이션들은 작품성뿐만 아니라 흥행에도 성공했고 이는 곧 일본 만화의 중흥으로 이어졌다.
#2. 디즈니에 대항해 생겨난 미국 픽사는 독특한 소재와 특유의 재기발랄함으로 유명하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와 더불어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월-E’ 등 전 세계적으로 메가 히트를 기록한 영화들을 많이 내놓았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임에도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웃음 코드를 배치해 가족이 모두 관람하는 애니메이션이란 개념을 창조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작사 명필름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처음 도전했다. 오는 28일 개봉 예정인 ‘마당을 나온 암탉’이 그 산물이다. 영화 기획부터 시나리오 작업, 그림 레이아웃 등 제작기간만 꼬박 6년이 걸렸고 120명에 달하는 스태프, 총 12만 장의 원화 등 많은 노력에 의해 탄생된 만큼 흥행 여부에 모두가 촉각을 집중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감성에 픽사의 재미, 한국적인 정서를 가미한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이었다. 양계장 안에 갇혀 살다 어렵사리 탈출에 성공한 암탉 잎새가 청둥오리 초록을 아들로 삼아 위기를 헤쳐 나가며 모자의 정을 쌓는 내용이다.
아동문학서로는 이례적으로 100만부를 돌파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스토리는 무척이나 훌륭했고 나무랄 데 없었다. 개성 넘치는 등장 캐릭터들도 문소리, 최민식 등 연기파 배우들의 목소리를 덧입어 살아 숨 쉬는 듯했다.
또 우포늪 탐사를 통해 재현된 극중 자연 경관이나 주인공 초록의 흥미진진한 비행 경주 장면 등 원화로 그려진 그림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 여기에 ‘올드보이’ 우진 테마로 유명한 이지수 음악감독은 서정적인 멜로디로 영화적 감동을 더하는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다른 애니메이션들에 비해 돋보였던 부분은 영화가 제시하는 주제의식이었다. 꿈을 간직한 삶의 아름다움과 도전 정신,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한한 사랑 등을 그린 이번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 깊은 구석까지 울림을 전달했다.
그런가 하면 문소리가 목소리를 연기한 잎싹이란 캐릭터의 모성애는 실제로 후시 녹음 당시 임신 중이었던 그의 상황과 맞물려 묘한 감동을 준다. 아들 초록이의 발에 묶인 빨간 리본을 없애기 위해 부리에 피가 나도록 쪼다가 “남은 건 어쩌지? 그래, 이건 우리 초록이라는 증표로 남겨두자” 하는 장면에선 진심까지 느껴져 눈물이 핑 돌 정도다.
‘한국형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마당을 나온 암탉’. 다시 접하기 힘든 어른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다. 28일 전국 동시 개봉한다.
rosecut@osen.co.kr
<사진>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포스터.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