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악연은 절대 끝나지 않는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07.14 15: 31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해외에 머물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 14일 오후 메일을 통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며 한국영화계에 쓴소리를 퍼부었던 그가 이번에는 갑작스럽게 자신을 배반(?)한 제자를 다시한번 도마에 올렸다.
상대는 통칭 김기덕 사단으로 불리는 김 감독의 휘하를 떠나 '영화는 영화다'와 '고지전' 등을 연출한 장훈 감독이다. 장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죄송하다'는 한 마디로 일관하며 이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지만 김 감독은 배신의 아픔을 끈질기게 토로하고 있다. 사정이야 어쨌건  장 감독이 자신의 스승 김 감독의 사단을 무단으로 이탈한 사실 만큼은 분명한 모양이다.
그러나 장 감독의 연달은 사과 표명과 김 감독이 이를 수용하는 듯한 아량을 베품으로써 일단락되는 듯했던 전 사제간의 앙금은 이날 성명서 발표로 다시한번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됐다.

김 감독은 성명서 서두로 '한 수입영화가 한국 극장 60프로인 1400개를 걸어 놀랍고 충격적 이였습니다'고 운을 뗐다. 김 감독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트랜스포머 3'와 영화계 전반을 거의 장악한 배급사 CJ를 겨낭한 듯 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문단에서 완벽한 반전을 꾀했다. '설마 한국 영화는 안 그렇겠지 했는데 곧 개봉하는 전쟁영화가 21일 개봉에서 20일로 당기고 그것도 모자라 이삼일 전부터 약 180개 극장에서 2회씩 변칙 상영한다고 하는데 몇 개 남은 극장을 간신히 입소문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풍산개를 비롯한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불쌍하지도 않나봅니다.'라고 썼다.
장훈 감독의 '고지전을 빗댄 것이다. 이어서 그는 '장훈 감독의 새 영화 개봉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능력이 있는 만큼 좀 더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자신의 영화를 보여 주시길 바랍니다.'며 '또 하나 저를 아쉽게 떠난 장훈 감독과 송명철PD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제가 여러분에게 감독과 PD의 기회를 드린 것처럼 어디선가 좌절하고 방황하고 있을 '돌파구' 멤버들을 다시 모아 저를 대신해 이끌어주시고 당신들이 가진 능력으로 그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고 충고했다.
또 장훈 감독을 그의 품에서 데려간 배급사 쇼박스에게도 '저예산 영화도 적극 제작 지원하여 좋은 신인감독을 많이 발굴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풍산개와 같은 소규모 자본의 영화들을 몇 명이라도 더 볼 수 있도록 극장이 줄어들지 않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
최근 저예산영화 '풍산개'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아수라장 경쟁 속에 개봉했던 김 감독으로서는 새롭게 막을 올리는 장훈 감독의 '고지전'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판단한 것일까. 정작 국내 스크린 점유율 60%로 독과점 논란을 빚고 있는 '트랜스포머 3'와 CJ는 한 수입영화로 살짝 비껴간채 이번 성명서에서 장 감독과 쇼박스를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김 감독의 쓴 소리가 '트랜스포머 3' 보다 더 무서운 '해리포터' 시리즈 마지막 편과도 싸워야할 장 감독으로서는 힘이 쪽 빠질 일이고, 거대 재벌기업 배급사의 양 틈사이에서 자체 극장 라인없이 명맥을 유지중인 쇼박스에게도 다소 억울할 측면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김 감독의 마음 속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파상공세보다는 차라리 자신을 박대하는(?) 듯한 한국영화계가 더 미운 존재인 모양이다. 과거 '한국에서는 다시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했던 김 감독의 마음 속 울분이 빨리 가라앉기만을 바랄 뿐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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