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목동, 이대호 인턴기자] “나 같았으면 최형우한테 146km짜리 몸쪽 직구로 승부했을텐데…”.
14일 목동 삼성전이 열리기 전 넥센 김시진(53) 감독은 삼성과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였던 12일 경기를 돌이키며 다시금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그날 경기서 넥센은 삼성에 0-4로 끌려가다 5회 코리 알드리지가 솔로포를 터트리며 한 점을 만회했고 6회 삼성 ‘믿을맨’ 안지만을 2사 후 연속안타로 공략하며 4-4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결국 삼성 4번 타자 최형우 한 명에게 당했다. 최형우는 7회 넥센의 철벽 셋업맨 송신영으로부터 무사 1,3루서 결승 적시타를 때려낸데 이어 9회에는 ‘자물쇠’ 손승락에게 쐐기 투런포를 뽑아내며 넥센에게 4-7 패배를 안겼다.
메이저리그 격언 가운데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바깥쪽 공을, 가족을 위해 돈을 벌려면 안쪽 공을 던져라’라는 말이 있다. 투수는 결국 몸쪽 공을 던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 마운드에 선 투수는 사구에 대한 두려움과 자칫 가운데 몰려 큰 것을 맞을까 하는 걱정으로 쉽사리 몸쪽 승부에 나서지 못한다.
김 감독이 아쉬움을 드러낸 부분도 바로 여기 있었다. 김 감독은 “손승락이 최형우 상대하며 몸쪽으로 하나 붙이면 될 것을 바깥쪽으로 도망 다니다 슬라이더를 맞았다”면서 “만약 그 상황에서 몸쪽으로 던졌으면 무조건 아웃을 잡아냈다”고 다시금 안타까워했다.
김 감독은 평소 지론대로 “투수들 역시 몸쪽 공을 던지면 쉽게 갈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몸쪽 공을 던지는 것은 투수만의 권리다”라고까지 이야기했다. 이어 “일부러 맞춰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투수가 몸쪽 공을 안 던지는 건 자기 무기를 하나 포기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몸쪽 승부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한 선수로 김 감독은 삼미 소속이었던 장명부를 꼽았다. 김 감독은 “장명부는 의식적으로 초구에 머리 쪽으로 던져서 타자를 타석 바깥쪽으로 물러가게 한 다음 유유히 바깥쪽으로 던져 삼진을 잡아내곤 했다”며 “투수가 몸쪽 던지는 것을 두려워하면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이날 경기도 시작 직전 쏟아진 장대비에 우천 연기되고 말았다. 우천 연기결정 전까지 훈련에 매진하던 넥센 투수들 역시 김 감독에게 몸쪽 공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을 것이다. 다음 번 넥센 투수들이 최형우를 상대로 몸쪽 승부에 적극적으로 나서 잡아내는데 성공할 지 지켜볼 일이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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