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마저도 안 되면 그게 실력이다".
롯데 내야수 조성환(35)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12일 그는 교정용 안경을 쓰고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지금까지 안경을 쓴 적이 없는 조성환에게는 매우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안과를 찾았고 안경을 맞추기로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조성환의 시즌 타율은 2할3푼5리. 지난해 타율 3할3푼6리를 쳤고, 3년간 타율 3할2푼2리를 기록한 타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추락이었다.
양승호 감독도 이를 기이하게 여겼고 조성환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성환은 "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고백했고 양 감독은 안과를 찾을 것을 권유했다. 조성환은 "한 달 전부터 공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좋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병원 진단 결과 시력에는 큰 이상 없었다. 대신 병원에서는 안경을 추천했다.

조성환은 "도움이 되는 건 뭐든지 해보려고 생각했다. 안경을 쓰게 된 것도 그 일환이다. 팀의 고참으로서 잘 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하루빨리 안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다짐대로 조성환은 안경 착용 첫 날부터 대타로 나와 좌월 스리런 홈런을 작렬시키는 등 2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안경 착용 첫 날부터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지난 14일 한화전에서도 안경 효과는 이어졌다.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멀티히트를 터뜨린 것이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공에는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조성환 특유의 자신감 있고 확신에 찬 스윙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안경 착용 후 2경기밖에 하지 않았지만 6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으로 불방망이. 수비에서도 머리 위로 뜨는 뜬공 타구를 잘 따라가 처리하며 안정감을 과시했다.
타자에게는 시력이 생명이다. 빠르게 오는 공을 치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공을 따라가는 동체시력이 좋아야 한다. 조성환은 "타격은 공보고 공치기다. 분명 안경을 쓴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말대로 시야에 공이 들어오자 타격감도 덩달아 살아났다. 조성환은 "지금 타격감이 좋지만 안경을 착용한 이후 시선이나 자세가 아직은 조금 어색하다. 계속 노력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지금처럼 불방망이를 휘두른다면 그 자신이나 지켜보는 팬들이나 '안경 쓴 조성환'이 익숙해질 것이다. 조성환의 부활은 곧 롯데의 힘이다. 조성환이야말로 롯데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