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위원, 네 후배 좀 어떻게 해봐".
지난 14일 사직구장. 롯데와의 원정경기를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이 안경현 SBS ESPN 해설위원에서 하소연하듯 말했다. 다름 아닌 베테랑 내야수 정원석(34) 때문이었다. 한 감독은 "상대에게 점수를 보태주는 수비였다. 그게 빌미가 돼 크게 졌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3-11로 크게 패한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을 떠올리며 한 말이었다. 이날 정원석은 2회 1사 만루에서 홈으로 악송구했고 이것이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
한 감독은 "그 수비로 이미 경기가 끝났다. 올해 송구 실책이 벌써 몇 번째인가. 몸보다도 여기가 문제"라며 가슴을 가리켰다. 올해 정원석은 개막 이튿날 경기에서 3루수로 악송구를 범한 뒤 공을 던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팔 통증도 어느 정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다는 것이 한 감독의 진단이다. 한 감독은 "작년에도 3할 타율은 쳤지만 타점이 얼마 되지 않았다. 올해는 나아졌지만 결국 과감성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에서도 정원석은 부진의 골이 깊다. 6월 이후 27경기에서 73타수 11안타 타율 1할5푼1리 2홈런 7타점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볼넷 3개를 얻는 동안 삼진만 20개를 당했다. 한 감독은 "내야수로 올릴 만한 선수가 있었다면 진작 2군으로 내렸을 것이다. 2군에서 올릴 선수가 마땅치 않다"며 "오선진 덕분에 지금 1군에 따라다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내야 백업요원으로 활약한 오선진은 지난 5월29일 잠실 두산전에서 손가락 골절을 당한 뒤 최근 재활에 돌입했다.
가장 답답한 건 정원석 본인이다. 얼마 전에는 "야구가 너무 안돼 답답하다"며 머리도 삭발하며 부진 탈출을 위해 전의를 불태웠지만 뜻대로 야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실책을 저지른 다음날 그는 "숨도 못 쉴 지경이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 속으로 2군에 다녀온다"고 털어놓았다. 주위에서 "대충한다. 연습을 게을리 한다"는 지적이 그를 더욱 괴롭힌다. 정원석은 "야구를 못하니까 그렇게 보이고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자책했다.
한화는 최근 들어 베테랑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은근히 고정 라인업이 구축돼 있어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가 7명으로 가장 많다. 이는 곧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원석을 위해서라도 2군에 잠깐 내리는 게 좋을 수 있지만 그럴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한다. 얇은 선수층의 문제가 바로 여기서 나타나고 있다. 정원석 스스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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