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승강제 실시, 구단들은 원하나?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07.15 10: 00

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예정대로 2013년부터 리그 승강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초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가 밝힌 2013년 승강제 도입과 부합되는 내용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요구하는 챔피언스리그 출전 기준에 맞추는 한편 리그의 질을 높여 승부조작도 예방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번 연맹의 발표가 K리그 16개 구단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맹의 일방적인 발표에 구단들은 불만을 품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승부조작 파문의 여파로 표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올해 초 협회에서 같은 내용을 발표했을 때도 각 구단들은 자신들과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 "대승적인 차원에서..."
올해 초 협회의 승강제 발표에 가장 난처했던 구단은 광주 FC였다. 창단하고 채 몇 달이 되지 않아 이같은 발표가 나자 곤혹스러웠다. 신생 구단인 광주가 K리그 16개 구단들 중 가장 불안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예측됐기 때문. 창단하고 몇 년 만에 2부리그로 강등된다면 시민들의 반응은 뻔했다. 구단이 유지될지도 미지수였다.
그렇지만 광주 구단측은 승강제 실시에 찬성표를 던졌다. 최만희 광주 감독은 지난 2월 OSEN과 인터뷰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승강제가 실시되어야 마땅하다. 우리 구단이 승강제 실시에 있어서 불안한 건 맞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지만 협회서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각 팀의 지도자들 및 대표들과 사전에 만나 의견을 조율한 뒤 발표를 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덧붙인 바 있다.
다행히 최만희 감독의 걱정과 달리 광주는 이번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규 리그 30경기 중 17경기를 치른 현재 리그 11위를 달리고 있는 것. 연맹서 밝힌 1부리그 잔류 12개 팀 안에 들어가 있어 향후 승강제 실시 후에도 1부리그 잔류가 희망적이다.
▲ "AFC 챔피언스리그에 안나가면 되지"
이와 반대로 인천 유나이티드는 협회와 연맹의 승강제 실시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말 취재진과 함께 한 공개적인 자리에서 협회의 승강제 실시 발표에 "꼭 승강제를 해야 되나. 그깟 AFC 챔피언스리그에 안나가면 되는 거 아니냐"며 "우리들끼리 축구를 하면 되지 꼭 대회에 나가야 하느냐"고 말했다. 당시 그 자리에는 조건도 인천 대표이사도 있었지만 관계자의 발언을 제지하지 않았다.
인천의 이러한 반응은 의외였다. 인천은 2004년 K리그에 참가한 이후 꾸준히 중위권 이상을 유지하며 시민 구단들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특히 2009년에는 많은 기업형 구단들을 제치고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도 했다.
안종복 전 인천 대표이사는 퇴임 당시 "각 구단들이 이기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길과 그러지 말아야 할 길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대표이사가 8년간 구단을 이끌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한국 축구가 아닌 인천의 축구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버리지 못했다.
분명 불만의 목소리는 인천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민 구단과 기업형 구단에서도 불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일방적인 통보를 한 협회와 연맹도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협회와 연맹은 발표를 하기 전에 각 구단들과 회의를 거친 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토의했어야 했다. 늦지는 않았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협회와 연맹은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구단들에게 다가가 승강제 실시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sports_narcoti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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