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2-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초 기막히게 잘 던지던 레다메스 리즈가 2루타, 볼넷을 내주며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7월 12일 잠실에서 열린 SK-LG의 올 시즌 9차전. 와이번스의 다음 타자는 올해 리즈에게 강한 정근우가 나섰다. 박종훈 트윈스 감독은 리즈를 바꿀까 생각하다가 어차피 정근우가 번트를 댈 것으로 보고 그냥 놔두었다.
보내기번트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정근우는 리즈의 의표를 찌르는 투구에 꼼짝없이 서서 삼진을 당했다. 그리고 리즈 대신 마운드에 나선 투수는 좌완 이상열(34). 올해 47게임째 등판하는 셋업맨으로 SK전에는 5게임 나와 1패 1홀드 1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상열이 상대해야 할 타자는 3번 좌타자 박정권. 올해 이상열과 대결에서 9타수 3안타(3할3푼3리)로 강했고 작년에는 3타수 2안타여서 아무래도 이상열이 불리하게 보였다.
박종훈 감독은 “불펜투수 중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는 이상열과 김선규, 임찬규 뿐이고 최근 이상열이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해 이상열을 내보냈다”면서 “기록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그날 상황, 선수들의 컨디션, 우리 팀이 갖고 있는 전력을 고려해 이상열을 밀고 나갔고 그다지 불안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결과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박정권의 강한 땅볼 타구가 2루수쪽으로 가 4-6-3의 병살타로 8회초 종료.
스코어 2-0이 계속 이어진 9회초 LG 마운드에는 신인 임찬규(19)가 들어섰다. 누구나 ‘6. 17 사태’가 머리에 떠올랐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올해 입단한 우완 임찬규는 자신감 넘친 투구로 LG 불펜의 핵심 요원으로 활약했다.
시즌 초반 중간 계투로 제 몫을 하다가 마무리 김광수가 부진에 빠지자 뒷문을 지키는 중책을 맡아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면서 세이브를 6개나 잡아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던 임찬규가 6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 경기에서 황당한 참사를 당했다. 선발 주키치가 잘 던지고 4-1로 앞선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으나 볼넷을 5개나 내주고 안타 1개를 얻어맞아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특히 2사 1, 2루에서 무려 4명의 타자를 연속 볼넷으로 출루시키는 최악의 투구였다. 2위를 달리던 팀은 이후 연패의 수렁에 빠져 4위로 떨어지고 본인도 참담하게 무너졌다.
박 감독은 “그날 뼈아픈 패배를 당했지만 임찬규가 근래 좋아지기 시작했고 사흘전 경기(KIA전 1이닝 3타자 2탈삼진 무실점, 세이브)에서도 괜찮아 우리팀 투수 시스템에 충분히 잘 던질 것으로 믿었다.”고 말하고 “특히 변화구 컨트럴이 좋아졌다. 조금씩 성장할 투수이고 장차 선발로 기용할 재목이다.”고 밝혔다.
SK의 강타선을 상대하게 된 임찬규는 4번 타자 최정에게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고는 이호준에게도 변화구를 던져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한 다음 마지막으로 정상호에게는 시속 142㎞ 직구를 꽂아넣어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경기를 마쳤다. '그때 그 타선'을 상대로 깔끔한 마무리를 낚은 것이다.

이날 LG는 2점을 4회말 뽑았다. 1번 정성훈의 2루타 후 두 타자가 범타로 물러난 뒤 2사 3루에서 4번 윤상균이 좌전 적시타를 때려 선제점, 5번 조인성의 볼넷 후 6번 정의윤의 적시 2루타로 한 점을 추가했다. 대타로 많이 기용하던 우타자 윤상균을 4번에 기용한 것이 적중한 것이다.
박 감독은 “윤상균이 왼손투수에 강해 SK에서 선발로 좌완 고효준이 나오길래 내보낸 것이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었다. 윤상균이 사실은 변화구에 약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고효준의 변화구를 제대로 때려 좋은 안타를 뽑아냈다”고 좋아했다.
이 경기 전까지 5위 두산한테 4게임차로 쫓기고 1위와는 6게임차로 떨어져 있어 위기에 몰렸던 LG로서는 이날 난적 SK를 꺾으며 팀이나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
박종훈 감독은 지난 6일 한화전에서는 선발 박현준을 구원등판 시켜 역전승을 따내고 7일 한화전에서는 주키치를 마무리로 내세워 승리를 챙기는 고육지책을 쓰기도 했다. 박 감독의 최근 이 같은 변칙 운영을 펼치고 12일은 마지막 카드를 뽑듯이 대담한 선수 기용을 시도한 것은 일단 맞아떨어졌다.
평소 경기 내내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박종훈 감독은 이날은 임찬규가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마치자 왼 주먹을 불끈 치켜 올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절박한 상황에서 ‘벼랑 끝 전술’이 계속되면 밑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겠지만 실제는 현재 트윈스가 갖고 있는 전력을 최대한 고려하여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올린 것이어서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커다란 힘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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