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청각장애인에게 힘이 됐다는 말, 짜릿했다" (인터뷰)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1.07.15 17: 02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기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있다. 김재원이 아직도 '말간' 얼굴인 건 타고난 미모와 피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생각이 맑았고, 그 맑은 생각들을 실천하며 살려는 ‘굳은’ 의지가 그를 맑아 보이게 만들었다. 노긍정(노홍철) 선생의 뒤를 이어 ‘긍정교’ 2대 교주에 올라도 좋을 만큼 긍정적인, 그의 사고방식은 인터뷰어까지 세상을 따뜻하게 보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했다.
앞으로 그가 출연한 작품은 그래서 욕을 먹을 리도, 막장일 리도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진정으로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통해 세상이 1리터라도 따뜻해지고 착해지길 바라는 배우였다.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끝난 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떻게 지내나?
“아직도 드라마 촬영장에 가야할 것 같고 그렇다. 밤샘 촬영을 많이 하다 보니 그게 몸에 배여 새벽 4~5시에도 깨어있는 경우가 많고, 해외에 갔다온 것도 아닌데, 시차적응이 안된다(웃음).”
-제대 이후 쉴 틈 없이 바로 연기자로 복귀했다.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컸나 보다.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즐겁다. 사실 군대에서 할 수 있는 게 TV 보는 거와 독서 밖에 없다. TV 보면서 출연하고 싶다, 책 보면서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이런 생각 많이 했다. 국군 방송에서 라디오 DJ를 했다. 사연 읽으며 1인 9역도 하곤 했는데, 할 때마다 내가 연기자구나 싶더라. 전역하자마자 작품에 들어가서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청각장애인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냥 아예 못 듣는 연기도 아니고, 입 모양을 보면서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어야 하는 연기인데...좀 더 섬세한 연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너무 좋은 캐릭터라는 생각에 선뜻 했는데, 하면서 너무 힘들더라. 청각장애인이면서 기업의 인수, 합병 등의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상대 배우의 말들도 거의 실수없이 다 알아 듣는다. 극중 동주의 청각장애 사실을 알고 일부러 크게 말해주는 인물도 있지만, 대부분은 장애 사실을 모른다. 그렇기에 동주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못 알아 듣고 오해하거나 실수하는 부분도 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 ‘너무 완벽한’ 청각장애인이 돼 버렸다. 그런 디테일이 아쉽긴 한데, 촬영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연출진과 그런 이야기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아쉽다.”
-착한 드라마, 따뜻한 드라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자부심도 있을 것 같다.
“‘오가닉’ 드라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 봉영규(정보석)는 우리(황정음)네 집을 화해시키는 인물이었고, 동주는 최회장(송승환)네 집을 화해시키는 인물이다. 이 두 사람이 친구가 되면서 드라마가 하나가 되는 구조였다. 힘들었지만 주변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따뜻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 힘이 많이 됐다. 특히 청각장애인 분들이 ‘너무 고맙다, 동주 때문에 힘이 많이 됐고 용기를 얻었다’고 해주시더라. 그때 참 뿌듯하고 짜릿했다. 배우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 아닌가 싶다.”
 
-너무 선한 얼굴이라 배우로서는 제약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들어오는 캐릭터도 한정적이고...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했다. 나도 ‘마초’ 같은 역도 하고 싶고, 그런 역들을 소화해내는 배우들 보며 멋있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놓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특화’시키자는 생각이다. 국어 잘하는 사람, 수학 잘하는 사람 따로 있는데, 국어 잘하는 사람이 수학까지 잘 하려 욕심 부리다 괜히 국어 점수만 더 떨어지면 어떡하나?(웃음)”
-근데 의외로 본인같은 얼굴로 ‘사이코패스’ 역할을 하면 더 섬뜩하지 않을까?
“난 될 수 있으면 따뜻한 작품들을 하고 싶다. 폭력적인 작품들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생각이다. 폭력적인 매체들로 인해 범죄를 배우고 더 발전시키는 것 같다. 드라마 불륜 장면을 보면서 생각 없던 사람들도 불륜을 생각하게 되고, 또 도덕적인 불감증도 생기는 게 아닐까? 보고 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 캐릭터를 하고 싶다.”
-데뷔한 지 벌써 10년이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그래도 내면은 많이 변했을 것 같다. 내가 많이 성장했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지..
“10년 동안 생각도 많이 변했고, 이런 저런 상처를 받으며 많이 단단해진 것 같다. 가치관이 긍정적으로, 어리게 살자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늙지 않는 비결인 것 같다. ‘내 나이가 얼마덴’ 하는 순간 늙는다.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어리게 사는 것도, 그래서 나이에 상관없이 이런저런 도전을 하는 것이 즐겁게 살 수 있는 비법이다. 또 그래야 젊은 친구들과도 허물없이 교감할 수 있다.”
-군대에서 책보다가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는데, 연출에 대한 욕심도 있겠다?
“있다!(웃음) 시나리오도 썼는데, 투자 받기 힘들 것 같다. 음악이 주가 되는 영화라 연주자들을 구성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들 것 같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먼 훗날 기회가 된다면 한번 시도해 볼까 생각 중이다.”
-착한 이미지인데, 그런 이미지에 갇혀 있는 게 때론 답답하지 않나? 어디가서 나쁜짓도 못할 것 같은데(웃음)..
“어릴 때부터 내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만들었다. 그 테두리 안에서 살다보니 이젠 ‘인’이 박혀서 그다지 힘들지 않다(웃음). 내가 ‘이런 것이 올바르고 좋은 거다’ 명시하고, 내뱉은 말들은 지키면서 살다보니 이젠 불편하기보다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이순재 선생님처럼 시청자와 늙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은지?
“사실 때가 되면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로 살고 싶다. 대중과 함께 늙어갈려면 아무래도 가정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가정에 더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물론 먼 훗날의 이야기다(웃음).”
 
 
bonbon@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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