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세 살이라 말도 안들어요".
SK의 우완 이영욱(31)이 15일 한화전이 우천 연기된 문학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딸 예서 이야기에 손사래를 쳤다. 이영욱은 "딸이 두 돌이 막 지난 세 살인데 '아니'라는 말을 배워서 말을 너무 안 듣는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입가에 번진 '아빠 미소'는 그칠 줄 몰랐다.
이영욱은 현재 대구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아내와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다. 가족 이야기를 하던 이영욱은 "내가 잘 해서 돈을 엄청 많이 벌어 아내에게 당장 그만두고 딸과 함께 오라고 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며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섞인 농담을 던졌다. 이영욱의 올 시즌 성적은 7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5.65.

이영욱은 2003년 SK에 입단해 2007년 SK의 우승 때 활약했지만 2009년 군에 입대했다. 올 시즌 군 제대와 함께 복귀한 이영욱은 중간 계투로 가끔 마운드에 오르다가 두 번째 선발 등판인 지난 8일 문학 롯데전에서 6이닝 3피안타(1홈런) 5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 2008년 9월 19일 이후 첫 승리였다.
시즌 첫 승과 함께 김성근 감독의 신임을 얻은 이영욱은 다시 13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을 명받았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4회초 우천 노게임 선언됐고, 그때까지 3이닝 동안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던 이영욱의 호투도 빗물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13일 경기에 대해 이영욱은 "아깝긴 아깝지만 나쁜 일이 있음 좋은 일도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내 개인적인 기록보다 팀 성적을 먼저 생각할 때"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영욱은 이내 "그날 컨디션도 좋고 몸도 괜찮아서 평균자책점을 좀 낮추고 싶긴 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영욱은 최근 호투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SK 2군 투수코치인 조웅천(40)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이영욱은 "군대도 다녀오고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즌 초 잘하려는 욕심에 쫓기다시피 야구를 했다"고 말했다. 조 코치가 결국 부진으로 2군에 내려온 이영욱에게 해준 조언은 '맞으면 내려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던지라'는 것.
일반적으로 투수가 그런 생각을 갖는 것은 안일하다고 비판받을 수 있지만, 부담을 짊어진 채 마운드에 서는 것보다는 욕심을 버리고 던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조 코치의 조언으로 이영욱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설 수 있게 됐고, 도망가는 피칭 대신 주무기인 대각선으로 꺾이는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타자들을 돌려세울 수 있는 선발 투수로 거듭났다.
이영욱은 "최근 꾸준히 등판하는 선발이 중간 계투보다 편안해졌다"며 "평균자책점이 너무 높아 창피하다. 투수로서 승패는 운이라고 생각하고 평균자책점에 욕심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영욱은 "아내가 '똑바로 하라'고 질책했다. 잘 해야 한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오늘 아내와 딸이 인천에 오는 날이라 데리러 가야 한다"며 서둘러 일어나는 이영욱의 모습에서 가장으로서의 사랑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영욱이 올 시즌 꾸준한 호투로 내년 연봉 상승과 가족이 함께 사는 꿈을 모두 이룰 수 있을지 기대된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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