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9번타자가 떴다. 지난 2002년 드래프트 2차 10번 전체 78번으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내야수 문규현(28)이다.
문규현은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5타석 2타수 2안타 2볼넷 4타점 3득점으로 전 타석 출루와 동시에 생애 최다 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18일 대전 한화전 3타점을 갱신했다.
무엇보다 문규현의 안타와 출루는 롯데가 승리를 거두는데 감초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 이날 LG 선발이 박현준이었기에 롯데는 자칫 고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나가 득점을 성공한 문규현은 5회에는 1타점 좌중월 2루타를 날렸다. 6회에는 2타점 2루타를, 8회에는 또 다시 볼넷을 골라내며 100% 출루를 기록했다. 이날만큼은 4번타자 이대호보다 무서운 타자였다.

사실 문규현은 시즌 초 양승호 신임 감독의 총애를 받았다. 안정된 수비력,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 그리고 성실함까지 갖춘 그의 활약은 롯데에 큰 무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문규현은 입단 후 한번도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어본 적이 없어 잘 하는 날과 못하는 날의 구분이 확실했다. 양승호 감독도 "재능은 있지만 아직까지 풀타임으로 뛰어본 적이 없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말은 맞았다. 문규현은 올 시즌 73경기에 출장해 1할8푼1리의 타율에 32안타 21타점 18득점 밖에 되지 않는다. 4월에는 1할3푼5리, 5월에는 1할6푼2리, 6월에는 1할1푼1리에 그쳤다. 그러나 7월에는 다른 사람이다. 21타수 10안타, 타율이 무려 4할7푼6리다.
문규현도 부진했던 자신의 성적에 불만이 있었지만 팀에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그는 "그 동안 하위타선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미안했다. 최근에 타격이 부진해서 연습 때 집중한 결과 점차 좋아진 것 같다. 스스로도 스윙 스피드가 올라간 것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양승호 감독도 15일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나 "예전에 우리팀 하위타선은 아웃카운트였다"면서도 "요즘에는 7,8,9번에서 잘 쳐줘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수월해졌다"며 칭찬했다. 양 감독의 말처럼 문규현이 하위타선에서 핵으로 자리를 잡으며 롯데는 최근 3연승을 달리고 있다.
5위를 달리고 있는 롯데는 4위 LG와 사직 주말 3연전을 갖는다. 3연전 가운데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3경기 반 차로 좁혔다. 나머지 두 경기에서도 욕심을 낼 수 있게 됐다.
문규현은 자신의 임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나는 작전을 많이 실행하는 선수다. 상위타선에게 찬스를 연결해 줘야 한다"면서 "부진한 성적 때문에 부모님께서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7월들어 나아져서 부모님이나 팬들께도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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