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발목잡은' 17일 두산-넥센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7.17 20: 12

과감한 주루플레이는 성공할 경우 팀의 상승세를 이끈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맥을 끊는 족쇄가 될 수 있다. 17일 잠실 두산 베어스-넥센 히어로즈전은 실패한 주루플레이가 얼마나 순조로운 경기를 어렵게 하는 지 일깨워주었다.
 
접전 끝 넥센이 3-2로 신승한 경기. 그러나 아쉬운 주루사와 도루자가 없었다면 더 많은 득점이 이뤄졌을 수도, 아니면 승패가 뒤바뀌었을 수도 있다. 결정적인 찬스가 무위에 그치는 장면은 분명 눈에 띄었다.

 
첫 번째는 1회말 무사 1루 김현수 타석이었다. 넥센 배터리는 오재원의 도루를 간파하고 피치아웃했다. 볼카운트 0-1으로 타자에게 유리했던 만큼 다음 타이밍을 기다릴 수 있었으나 오재원은 그대로 도루를 감행했다가 태그 아웃당했다. 그리고 후속타자들은 힘없이 범퇴당했다.
 
두 번째는 3회초 넥센의 공격이었다. 선두타자 김민우의 좌전 안타와 2루 도루, 장기영의 볼넷에 이어 유한준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를 만든 넥센. 안타 하나면 역전도 가능했다.
 
코리 알드리지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든 넥센. 이 과정에서 두산 수비진 중계를 지켜보던 장기영은 좌익수 김현수의 송구가 주자 김민우를 맞고 흐르는 것을 지켜본 뒤 3루로 뛰었다. 그러나 포수 양의지의 후속 대처가 좋아 장기영은 3루서 서서 태그아웃되었다.
 
세 번째는 4회초 넥센 공격. 1사 1,3루서 김민성의 번트는 투수 이용찬 앞으로 빠르게 흘러갔고 이용찬은 홈으로 송구했다. 포수 양의지가 3루로 송구하며 송지만이 이원석에 태그 아웃당한 것까지는 용납할 만 했다.
 
그러나 1루 주자 허도환이 2루를 밟고 3루로 향하는 과정에서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 스킵 동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어정쩡한 자세에다 송지만이 3루로 다시 뛰는 과정이었기에 일단 송지만을 향해 뛰던 양의지의 시선을 피해 3루 확보를 위해 조금 더 빠르게 뛰었어야 했다. 그러나 허도환은 누상에서 그저 상대가 틈을 보이길 기다리다 송지만을 아웃시키고 곧바로 달려든 이원석에게 힘없이 태그아웃당했다. 2-1 박빙 리드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던 플레이다.
 
5회초 추가 1실점 후 두산은 고영민의 딜레이드 스틸 실패로 만회점을 올리지 못했다. 무사 1,2루 이종욱 타석 볼카운트 1-3에서 2루 주자 고영민은 베이스와 멀리 떨어져 포수 허도환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미 허도환이 2루로 송구동작을 취했을 때 고영민이 귀루하기는 늦었다. 3루 쇄도를 선택한 고영민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으나 결국 아웃되었고 결국 이종욱-오재원의 연속 뜬공이 나오며 1-3으로 클리닝타임을 맞았다.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서 전날(16일)까지 5회말 뒤지고 있을 때 두산의 승률은 2할8푼6리(2승 5패)에 불과했다. 고영민의 3루 도루자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승패를 상당 부분 결정지은 순간이다. 두산 입장에서는 2루로 돌아가기 위해 뛰어야 할 거리가 너무 멀었던 것이 아쉬웠다.
 
추가 진루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점에서 신중함과 과감함이 적절히 섞인 베이스러닝이 나오지 않으면 이는 팀의 아웃카운트를 쌓는 동시에 경기 분위기를 냉각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17일 두산-넥센전은 베이스러닝을 배우는 유망주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법한 경기였다.
 
farinelli@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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