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했던' 알드리지, 어려운 남자가 되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7.18 11: 01

퇴출 위기에 놓여있던 남자. 볼카운트가 몰리면 여지없이 삼진을 당하며 코칭스태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남자. 만만했던 그 남자가 이제는 점점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가 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코리 알드리지(32)의 이야기다.
 
알드리지는 지난 17일 잠실 두산전서 4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해 3회 동점 타점이 된 좌익수 희생플라이와 5회 쐐기점이 된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그와 함께 알드리지의 시즌 타율은 2할6푼1리(18일 현재, 12홈런 45타점)로 상승했다.

 
사실 알드리지는 그동안 이미 퇴출된 라이언 가코(전 삼성)와 함께 외국인 타자 무용론을 솔솔 피어오르게 했던 장본인이다. 플로리다 전지훈련서부터 그리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알드리지는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에도 줄곧 고전했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높은 직구나 몸쪽 체인지업 등 유인구가 흘러가면 느린 배트스피드로 헛스윙 삼진당하기 일쑤였다. 
 
4월 한 달간 2할3푼3리에 그쳤던 알드리지는 5월에도 2할3푼5리에 그치며 공갈포의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활약했던 '슈퍼맨' 덕 클락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는 중장거리 타자의 모습을 기대했던 넥센 구단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착한 성품을 지녀 팀 융화도는 높았으나 워낙 부진해 퇴출론이 고개를 들어도 할 말이 없던 모습.
 
그러나 6월서부터 알드리지는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6월 한 달간 2할9푼9리 6홈런 16타점을 올린 알드리지의 7월 성적은 8경기 3할4푼6리 2홈런 4타점이다. 턱없이 낮았던 득점권 타율도 2할7푼8리로 점점 높아지는 중. 알드리지 이야기에 시즌 초반 헛웃음을 짓던 김시진 감독도 최근에는 "더 잘할 수 있는 녀석"이라며 봄날 햇볕 같은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기 후 알드리지는 "그동안 비로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서 어렵게 얻은 좋은 타격감을 잃을까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좋은 타격을 했고 팀 승리에 보탬이 되어 매우 기분이 좋다"라고 활약을 자평했다.
 
뒤이어 그는 "타격감이 안 좋을 때마다 코칑스태프와 동료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특히 브랜든 나이트가 투수 입장에서 내게 해주는 조언이 큰 힘이 되고 있다"라며 동료들의 공을 높이 샀다. 투수가 생각하는 타자 공략법이 알드리지에게 반대로 간접 수싸움 체험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와 함께 알드리지는 "상대 투수들이 쉽게 볼 수 없는 팀의 중심타자가 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가뜩이나 투타 양면에서 선수난에 골머리를 앓는 소속팀에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다.
 
아직까지 알드리지의 모습은 '공포의 4번 타자'라고 보기는 무언가 모자라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배트 끝에 맞추는 공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과연 알드리지는 남은 시즌 팀의 강력한 4번 타자로서 제대로 된 위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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