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예원이 스피드 액션 블록버스터 ‘퀵’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퀵’은 1000만 흥행 쓰나미를 일으켰던 영화 ‘해운대’ 제작진과 이민기 김인권 등 신화의 주인공들이 다시 뭉쳐 만들어낸 순도 100%의 상업영화.
이번 영화에서 당당히 여주인공 자리를 꿰찬 강예원은 러닝타임 내내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감을 발산한다. 눈에 띄는 외모와 몸매 때문이 아니다. ‘아름다움’이란 여배우의 틀을 깨고 철저히 망가지는, 그의 ‘투혼’ 덕분이다.

“주위 분들이 오히려 더 걱정하세요. 너무 안 예쁘게 나와서 어떡하느냐고. 하지만 ‘헬로우 고스트’ ‘하모니’에서 어두운 역할만 하다가 ‘퀵’에서 ‘춘심’이란 밝은 역을 할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해운대’ 때부터 ‘하모니’까지 관객 분들은 제가 누군지 잘 모르시더라고요. 배우로서 달라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너무 기뻐요.”
강예원은 ‘퀵’에서 과거 연인이었던 퀵서비스맨 이민기와 졸지에 폭탄을 배달하게 된 아이돌 그룹 멤버 ‘아롬(본명은 춘심)’ 역을 맡아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완성해 냈다.
벗으면 터지는 헬멧을 머리에 쓰고 섹시 댄스를 추는 가하면 전라의 상태에서 헬멧만 쓰고 샤워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다. 폭탄이 터지는 현장을 무거운 헬멧에 하이힐을 신고 종횡무진 누벼야 했던 강예원에게 ‘미모’는 거추장스러운 장신구에 불과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마음을 완전히 접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춘심’이란 캐릭터는 가식적인 인물이 될 것 같았어요. 원래 전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예뻐 보이기를 포기했어요. 스타는 꿈과 환상 속에 사는 인물처럼 보여야 하겠지만 배우는 그렇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영화 속에서 너무 망가지게 나와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전 괜찮아요. 오히려 노력하는 배우로 비춰지는 것 같아 보람을 느껴요.”

요즘 강예원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우 하지원을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비단 외모만 닮아서가 아니다. 위험한 장면도 대역을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하지원의 성실한 이미지가 그에게서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지원언니랑 닮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감사해요. 성실한 배우로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서요. 무엇보다 영화가 잘 나와서 너무 좋아요.”
이미 ‘해운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민기, 김인권은 물론 ‘헬로우 고스트’에서 만난 고창석과도 강예원은 각별한 사이다. 배우들의 찰떡궁합 덕분에 힘들고 무더웠던 촬영 현장은 즐거운 놀이터 이상이었다.
“촬영할 땐 정말 ‘죽겠다’란 생각 많이 했어요. 그런데 참 묘하게도 지금은 힘든 기억이 전혀 없어요. 배우, 스태프들 사이가 너무 좋아서 고생이 고생처럼 안 느껴졌거든요.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믿어요. 배우, 스태프들과의 교류가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배우의 사명은 최고의 현장을 만드는 거라 생각해요. 자기 혼자 연기를 잘하는 건 아무소용이 없죠. ‘해운대’ 때 설경구, 하지원 선배가, ‘퀵’에선 민기, 인권 오빠가 딱 그런 스타일이었어요. 제가 인복이 많죠?(웃음)”
힘들게 촬영한 만큼 아쉬움이 크다는 강예원. 무언가 부족해서라기보다 명장면들을 이번 편에 모두 보여줘야 한다는 게 “아깝다”는 게 그의 말.
“조개구이 집에서 찍은 장면, 옷 벗는 장면, 벤에서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장면...좋은 장면을 찍기 위해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해서 이걸 한 번에 다 보여준다는 게 아까울 정도에요. 그래서 ‘퀵2’ 꼭 찍고 싶어요.”

촬영장에서 배우, 스태프들 사이에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깨알 같이 쏟아내는 강예원.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에 자신이 여주인공으로 설 수 있다는 것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강예원은 다작을 한 여배우답지 않은 겸손함을 보였다.
촬영 중 힘들었던 일,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게 된 감사함을 생각하며 왈칵 눈물을 쏟는 그에게선 배우로서의 진중함과 여배우의 순수함이 동시에 엿보였다.
흥행 대박이 점쳐지는 ‘퀵’을 통해 강예원은 올 여름 충무로의 숨은 보석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언론 시사 이후 퍼지기 시작한 입소문만으로도 현재 그에겐 방송, 영화 쪽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해운대’ ‘헬로우 고스트’ ‘하모니’ 등 흥행에 성공한 여러 작품을 찍었음에도 여전히 강예원은 관객들에게 낯선 배우다. 그만큼 20일 개봉을 앞둔 ‘퀵’을 통해 강예원은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큰 작품의 여주인공 역을 맡았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보다 다음 작품이 더 중요하죠. 이 영화를 통해 관객 분들에게 여쭤보고 싶어요. ‘이제 저 믿으시겠어요?’ ‘저 이제 주인공 해도 되나요?’ 제게 ‘퀵’은 그 첫 번째 시험대인 것 같아요.”
tripleJ@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