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로 나선 다음날 내게 전화를 걸더라. 꼭 형도 성공하셔야 한다고. 그 이야기에 정말 감격했다".
선수생명을 건 수술과 재활을 거친 뒤 오른 마운드. 1년 전 그의 입장에 놓인 선배 투수는 후배를 응원하는 동시에 자신도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팔꿈치 재활을 마치고 1군에 복귀한 한기주(24.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우완 이재우(31)는 공통분모 속 파이팅을 외쳤다.

한기주는 지난 17일 대구 삼성전서 3이닝 퍼펙트 세이브를 올리며 '광속 마무리'의 재림을 알렸다. 앞서 14일 광주 두산전서는 3이닝 2피안타 2실점으로 패하기는 했으나 최고 152km의 광속구와 투심 등을 섞으며 재기 가능성을 비췄다.
지난 2009년 11월 20일 LA 조브클리닉에서 오른쪽 팔꿈치 내측 인대 재건술과 팔꿈치 뒷편 골편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약 20개월 만에 1군에 복귀한 한기주. 아직 두 경기에 불과하지만 한기주가 성공적인 1군 연착륙을 보여주면서 팀은 파이어볼러 뒷문지기를 다시 찾았다. 그를 기다린 팬들의 기쁨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기주의 쾌투에 소속팀과 팬들만 기뻐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으나 다시 인대가 끊어지며 15일 국내에서 재수술을 받은 이재우 또한 한기주의 호투에 웃음을 보였다. 학연도 지연도 없고 야구 연차도 8년이나 차이나는 둘의 교집합이 된 것은 바로 팔꿈치 수술이었다.

"이천(두산 2군 훈련장)에서 재활하고 있을 때 마침 KIA 2군에 있던 (한)기주가 인사를 왔다. 같이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만큼 어떻게 재활을 했는지 수술 후 몇 달 째에는 어떤 훈련이 바람직한 지 의견 교환도 하고 이야기도 해주더라. 이전까지 그리 친하지 않았던 기주가 따뜻하게 한 마디 한 마디 건넨 것이 정말 고마웠다".
몇 번의 통증을 겪으며 복귀 시점을 미루던 한기주가 1군 복귀전을 치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재우는 인대가 다시 끊어지는 불운 속 팔꿈치 재수술에 들어갔다. 이재우는 "수술을 이틀 앞둔 날 기주가 전화를 했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재수술을 한다는 이야기에 기주는 그저 '힘내세요. 형은 분명 잘 될 거예요'라는 이야기를 해주더라. 그리고 수술 이틀 후 기주가 너무나 잘 던지는 모습에 나도 감격했다. 물론 나는 기주보다 몇 살이 더 많고 그만큼 회복력도 느리겠지만 그 따뜻한 조언을 해줬던 기주의 활약에 나도 기뻤다. 원래 공이 좋았던 기주였는데 17일 경기를 보니 정말 훨씬 더 좋아졌더라. 올해 기주는 정말 잘 될 거다".
재활은 자신과의 기나긴 싸움이다. 선수 생명을 걸고 몸에 칼을 댄 선수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이겨낸 뒤 항상 이 이야기를 꺼냈다. 또 한 번 자신과의 싸움을 앞둔 이재우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재활 선수들에게 한기주는 자신의 건강해진 오른 팔꿈치로 희망을 전송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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