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봤는데 볼 끝이 좋더라고. 그 친구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투구수가 몇 개인지 혹시 알고 있나".
김강률(23), 노경은(27) '계투진 강경 듀오'에 이은 또 한 명의 유망주가 1군 무대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김광수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의 시선은 위기 속에서 훗날까지 보장하는 유망주의 농장을 향하고 있다.

김경문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중도사퇴로 인해 지난 6월 14일부터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 감독대행. 현재 '김광수호'는 17경기 10승 7패(18일 현재)로 선전 중이다. 승률 5할8푼8리로 같은 기간 성적으로 따졌을 때 8개 구단 중 삼성(13승 7패, 6할5푼), KIA(16승 9패, 6할4푼)에 이어 3위.
특히 이 기간 동안 팀 평균자책점 3.92로 전체 1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수들이 얼마나 분전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김 감독대행이 이끄는 두산은 6회까지 리드하고 있을 때 8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선발진에서 더스틴 니퍼트-김선우 원투펀치가 제 몫을 하고 있고 퇴출 위기에 몰렸던 페르난도 니에베가 5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4.33으로 그나마 외국인 투수가 기록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6회 리드 후 역전패가 없다는 점은 선발투수 뿐만 아니라 계투진이 의외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뜻과 같다.

정재훈의 부상 공백과 고창성, 이현승의 난조 등에도 두산이 6회 리드 전승을 기록 중인 데는 원포인트 이혜천도 있으나 우완 파이어볼러 '강경 듀오' 노경은, 김강률의 공로가 크다. 노경은은 김광수 체제 7경기에 등판해 2승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17로 활약하고 있으며 김강률도 6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0.87의 연일 쾌투 행진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제구력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들은 묵직한 볼 끝으로 타자를 짓누르는 '강경한 경기력'을 보여준다.
김경문 감독 체제서 제구난으로 인해 저평가되던 노경은과 김강률은 주축 계투들이 연달아 전열 이탈하고 무너진 시점에서 활약 중 이다. 지휘봉을 잡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위와 잠재력을 지닌 노경은과 김강률을 위기에서 시험할 수도 있다"라는 모험을 걸었던 김 감독대행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셈.
시즌 반환점을 돈 현재 김 감독대행은 또 한 번의 모험을 준비 중이다. 민감한 어깨 회전근을 부상당한 정재훈의 복귀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김승회, 김상현, 박정배 등이 1군 엔트리에 잔류하고 있으나 이들을 시험하는 것 외에도 2군에서 투수진에 힘을 보탤 수 있는 투수를 발탁할 가능성도 눈여겨 볼 만 하다. 17일 넥센전을 앞두고 김 감독대행은 대졸 신인 안규영(23)의 이야기를 꺼냈다.

"16일 퓨처스 올스타전을 보는 데 공 끝이 좋더라. 혹시 안규영이 그날 몇 개의 공을 던졌는지 아는가". 투구수를 살펴본 뒤 1군에 올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 것.
휘문고-경희대 출신으로 지난해 대학리그 하계대회 MVP가 된 뒤 4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안규영은 올해 초부터 한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최고 150km까지 직구 구속을 끌어올렸고 최근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며 퓨처스 올스타로 선정되었다.
16일 경기서 안규영은 북부리그 선발로 나서 3이닝 동안 사사구 없이 140km 후반 직구를 뿌리며 4피안타(탈삼진 4개) 무실점으로 우수투수에 선정되었다. 투구수 58개 중 스트라이크 41개에 달한 공격적 투구로 1군 감독 누구나 좋아할 만한 투구내용이었다. 팀 내 한 선배 투수는 "잠깐 봤는데 볼 끝도 좋고 떨어지는 변화구가 굉장히 좋아졌다"라며 극찬했다.
1군 전력감을 바라보는 범위를 넓히면 이는 곧 선수단의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경문 감독 부임 초기 선수층이 얄팍했던 두산은 그렇게 예상 밖의 좋은 성적을 올려왔다.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실패 위기 속에서 4강 재진입을 노리는 두산이 1군 전력이 된 '강경 듀오' 외의 또다른 터보 엔진을 투수진에 장착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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