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대호 인턴기자] "최용희도 처음엔 30승 한다고 했었지".
삼성 류중일(48) 감독이 후반기 키 플레이어로 새 외국인투수 덕 매티스(28)를 꼽으며 삼성 스카우팅의 어두운 과거를 꺼내 들었다.
재미교포 최용희는 1993년 미국 롱비치 주립대에서 17승(2패)으로 그 해 대학리그 최다승에 이름을 올리며 유망주로 손꼽혔다. 투수력 보강에 목말라있던 삼성은 최용희에게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3500만원이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 대우로 고국으로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용희는 1994년 시즌을 준비하며 어깨 부상을 당했고 결국 삼성에서 2년간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46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이후 최용희는 OB(현 두산)로 트레이드 됐지만 별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쓸쓸히 유니폼을 벗었다.

삼성에 입단하며 성공을 자신했던 최용희의 실패 이유에는 부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낯선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데 실패한 것이 컸다. 재미교포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최용희는 입맛에 맞는 음식이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매일 억지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버텼다고 한다. 거기에 이제껏 1983년 장명부 단 한명 뿐인 '시즌 30승'을 언급할 정도로 한국 야구를 쉽게 본 것도 실패의 한 원인이었다.
중도교체 외국인선수에게는 적응할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올 시즌 교체용병으로 들어온 롯데 크리스 부첵은 입국 후 6일 만에, SK 브라이언 고든은 5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그렇지만 류중일 감독은 "외국인선수가 한국에 와서 급하게 투입하면 실패한다"라면서 "매티스에게는 시간을 넉넉하게 줄 것"이라고 운용 계획을 밝혔다.
류 감독은 이어 "(매티스가) 한국야구를 만만하게 보지 않도록 우리 팀의 경기를 최대한 많이 보여 줄 예정"이라며 "피부로 한국 야구가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단 시차, 음식, 문화 등에 대한 적응이 우선이고 이후 야구장 분위기와 훈련 스타일도 몸에 익혀야 한다"고 매티스의 한국무대 적응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내비치고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바로 1군 마운드에 올리지 않고 2군에서 4~5이닝 정도 던지게 하며 팀의 볼배합과 사인 등을 숙지시킬 것"이라며 최대한 적응하는데 시간을 준 이후 투입할 뜻을 드러냈다.
류 감독이 다른 팀과는 다르게 매티스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시간을 주는 이유가 있다. 바로 최용희가 적응에 애를 먹으며 결국 실패한 것을 선수시절 팀 동료로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매티스에 대해 "내가 뽑은 첫 외국인선수니까 적응 잘 하도록 배려할 것"이라며 "그 친구 활약 여부에 따라 1위가 달려 있다"고 큰 기대를 드러냈다.
매티스는 류 감독의 배려로 다른 외국인선수 보다 충분한 시간을 얻었다. 류 감독이 원하는 것은 매티스가 그 시간의 의미를 느끼고 한국야구에 진지하게 임해 삼성의 후반기 선두권 다툼의 지렛대가 되어주는 것이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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