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약점 '집약체'가 된 롯데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7.21 07: 16

여러 단점이 총집합된 경기였다. 20일 롯데 자이언츠에 5-13으로 완패하며 3연패에 빠진 두산 베어스의 우울한 자화상이었다.
 
두산은 20일 잠실 롯데전서 7~9회 막판에만 10점을 내주는 등 멱살 잡힌 듯 끌려가며 완패했다. 19일 경기서 고영민의 동점 투런으로 끈질기게 따라붙었던 기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6위(33승 2무 41패, 20일 현재) 두산은 김광수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5위 롯데 상대 2승 4패로 끌려가며 승수 쌓기 제물이 되고 말았다. 2승 후 4연패. 그 사이 격차는 3경기 차까지 벌어졌다.
 
선발 페르난도 니에베가 최고 155km의 빠른 공을 갖고도 모서리 제구를 보여주지 못하며 6⅓이닝 11피안타 5실점으로 패한 것이 일단 아쉬웠다. 지난 4월 하순 두산의 새 외국인 투수로 한국 땅을 밟은 페르난도는 12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6.79로 아직 함량 미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이는 초기 한 달보다 나아진 모습이다. 페르난도의 입단 후 첫 한 달 간 두산은 2위에서 7위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20일 롯데전은 올 시즌 두산의 부진을 페르난도 한 명에게 전가할 수 없음을 알려주었다. 5회 2실점은 수비 조직 면에서 막을 수 있던 부분이기 때문.
 
5회초 2사 1,3루서 1루 주자 전준우의 도루가 나온 순간 포수 양의지의 송구는 유격수 오재원의 글러브를 외면한 채 그라운드로 굴러 떨어졌다. 그 사이 문규현이 홈을 밟으며 2-2 동점이 되었고 김주찬의 우전 적시타까지 터지며 두산은 2-3으로 리드를 빼앗겼다.
 
양의지의 악송구로 기록되었으나 사실 주자 전준우의 2루 쇄도를 일찍 발견하지 못한 유격수 오재원의 2루 베이스 쇄도도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그러나 오재원은 지난 2년 간 1,2루를 주로 맡았던 선수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데다 원래 포지션이 유격수였다고는 하나 동선이 반대되는 곳에서 2년 넘게 수비했다는 점은 특화된 한 포지션 전문성이 이전보다 떨어졌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손시헌의 부상 공백, 김재호의 아쉬운 타격으로 인해 가장 공격력과 기동력이 좋지만 데뷔 후 유격수로 자주 뛰지 않았던 오재원이 유격수로 나설 수 밖에 없는 두산의 슬픈 현실이다. 
 
2-3으로 뒤진 6회에도 두산은 1사 만루서 손아섭의 투수 앞 땅볼 때 이혜천의 송구가 살짝 빗나가 문규현만을 아웃시켜 4번 타자 이대호 앞에서 상대 맥을 끊지 못했다. 쉬운 중계 플레이는 아니지만 1-2-3 순 병살 플레이도 노릴 수 있던 순간이었던 만큼 더욱 안타까웠다. 이혜천은 일본 진출 이전부터 '송구가 다소 불안하다'라는 단점을 타 구단 전력분석 측에서 지적받았던 바 있다.
 
이혜천 직전 마운드에 오른 사이드암 고창성은 김주찬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지난 6월서부터 점차 제구력이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고창성에 대해 한 야구인은 "사이드스로 투수는 릴리스포인트가 중요하다. 그러나 고창성의 경우는 좋았을 때 공을 놓는 시점에서 좀 더 일찍 공을 뿌리는 모습이 많다. 제구력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라며 냉정히 평했다. 계투요원들의 잇단 전열 이탈 속 가장 믿음직했던 고창성의 부진은 치명타와도 같다.
 
30%만 안타생산에 성공해도 찬사를 받는 공격 면에서도 허점이 나타났다. 이날 두산 타선이 상대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로부터 당한 삼자범퇴 횟수는 3번. 그 3번 동안 사도스키의 투구수는 27개로 이닝 당 평균 9개의 공 만을 던졌다. 또 9개의 아웃카운트 중 5번이 2구 이하에서 아웃이 결정된 타석이다.
 
최근 두산 타자들은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고 있다. 김 감독대행 또한 적극적 스윙을 선수들에게 설파하지만 이것이 실패하면 투수의 경기 당 체력 소모도를 줄여주는 역효과로도 이어진다. '김광수호' 두산은 5회 리드 시 7전 전승을 달린 반면 5회까지 리드 당할 경우 2승 7패(승률 2할2푼2리)에 그치고 있다.
 
이는 상대 선발 투수에게 5회까지 끌려갈 경우 이길 도리가 없다는 증거다. 선발투수의 분투도 중요하지만 파울커트나 공 고르기를 통해 상대 선발을 초중반 진력나게 할 수 있는 끈질긴 모습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상대적으로 선발진에 비해 취약한 롯데 계투진을 좀 더 일찍 끌어내는 모습은 없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게 마련. 그러나 그 실수가 꽤 긴 시간의 답습으로 이어지면 또다른 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두산의 경기 모습이 고착화되는 사이 4강 경쟁권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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