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선발에 대해 큰 욕심 없다".
KIA '돌아온 파이어볼러' 한기주(24)가 올 시즌 팀을 위해 불펜에서 백의 종군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기주는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4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2⅔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세이브를 따냈다. 지난 17일 대구 삼성전에서 3이닝 무실점 퍼펙트 세이브에 이어 2경기 연속 세이브. 한기주가 뒷문을 지키자 KIA 불펜도 몰라보게 안정됐다. '한기주 효과'였다.
사실 한화전은 조금 터프한 상황이었다. 5-2로 리드하던 7회 1사 2·3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한기주는 첫 타자 전현태를 1루 땅볼로 솎아냈다. 이 과정에서 3루 주자 강동우가 득점하며 5-3으로 2사 3루. 하지만 후속 고동진을 3구 만에 148km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8회 2사 후 최진행에게 안타를 맞았을 뿐 카림 가르시아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가르시아에게 1~5구 모두 직구로 승부하다 마지막에 슬라이더로 변화를 준 게 재미를 봤다. 9회도 삼자범퇴로 깔끔한 마무리.

2⅔이닝 동안 총 투구수 38개를 기록했고 최고 스피드는 151km. 23개 직구를 던졌는데 평균 구속이 148.8km였다. 삼성전부터 2경기 5⅔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 위력투. 탈삼진은 많지 않지만 힘있는 직구를 바탕으로 맞춰 잡는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불펜진 난조로 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끝내기 역전패를 당한 KIA로서는 그 충격을 깨끗하게 씻는 한기주의 광속 마무리였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뒤 재활을 거쳐 2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온 한기주는 선발 보직을 먼저 받았다. 지난 14일 광주 두산전에서 선발로 나와 3이닝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했다. 이후 불펜에서 등판하고 있다. 2군에서도 꾸준히 선발 수업을 쌓은 그였지만 지금 팀 사정이 그에게 선발이 아닌 불펜을 바란다. 한기주도 "올해는 선발에 큰 욕심이 없다. 팀을 위해 어떤 상황이든 나가겠다"며 백의종군의 자세를 보였다.
조범현 감독은 "(한)기주가 2군에서 꾸준히 선발로 준비했다. 시즌 초반이라면 꾸준히 이닝을 늘려가며 선발로 만드는 과정과 시간을 주겠지만 지금은 순 위싸움을 하는 시점이라 쉽지 않다. 선수 본인도 그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다"며 한기주의 기용방법을 불펜에 무게를 뒀다. 올해 역전패가 18패로 LG(21패)-롯데(19패) 다음 많은 KIA로서는 한기주가 마무리로 가야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범호도 "(한)기주가 소방수를 해야 팀의 마운드가 좋아진다. 나도 처음으로 우승 한 번 해보자"며 읍소했다고.
지난 2006년 데뷔한 한기주는 오랜 시간 불펜 투수로 뛰었다. 통산 140경기 중 선발등판은 18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2006년 8월 중순까지 선발로 뛰었지만, 이후부터 중간-마무리로 전환했다. 2007~2008년에는 풀타임 마무리투수로 25~26세이브씩 올렸다. 마무리로 성공한 경험이 있는 투수다. 그러나 마무리로서 좋지 않은 기억과 선발에 대한 오래된 욕망이 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구단 관계자도 "머릿속이 많이 복잡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한기주는 팀을 위해 개인적인 욕심을 잠시 접어두었다.
한기주는 "긴 이닝을 던지고 있지만 크게 상관하지는 않는다. 감독님께서 쉬는 날에는 확실하게 쉬라고 하시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이어 "복귀 전이랑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마운드에서 좋았던 순간을 계속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투구하고 있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포수만 보고 내 공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한다. 볼 스피드가 아직 수술 전만 못하기 때문에 제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팀을 위해 백의종군한 한기주의 존재가 1위 KIA의 든든한 보루가 되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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