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낙구사건, '4인의 시선으로 재구성'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7.21 10: 47

[OSEN=잠실, 이대호 인턴기자] 두산과 롯데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이 벌어진 잠실구장. 3연전 첫 날인 19일 경기에서 원정팀 롯데가 연장 10회 터진 대타 손용석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5-3으로 승리를 거뒀다.
그날 경기에서 두산 유격수 오재원의 수비가 잠시 논란이 됐었다. 롯데가 2-1로 앞선 7회초 2사 2루서 손아섭이 타석에 섰다. 손아섭은 볼카운트 1-1에서 두산 선발 니퍼트의 높은 공을 받아쳐 유격수 키를 살짝 넘어가는 타구를 날렸다. 유격수 오재원이 뒤로 돌아 전력 질주 후 다이빙하며 공을 잡았다. 그러나 오재원은 다이빙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몸을 옆으로 두 바퀴 굴렀고, 두 번째 바퀴 때 글러브에서 공을 빠트렸다.
당시 김풍기 3루심은 오재원의 수비를 넥스트 플레이가 아닌 낙구로 봤고, 결국 손아섭의 안타가 인정돼 롯데는 달아나는 귀중한 한 점을 올릴 수 있었다. 유격수 오재원과 좌익수 김현수가 심판에 항의했지만 이미 내린 판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공식 야구규칙에서 포구란 야수가 날아가는 타구나 송구를 손 또는 글러브로 확실하게 잡는 행위라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공을 잡는 동시에 떨어뜨리면 포구로 인정되지 않지만 공을 잡은 뒤 송구동작으로 이어진 다음에 떨어뜨리면 포구로 인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야수들은 분명히 공을 잡았다는 사실이 인정될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공을 잡고 있어야만 아웃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당시 김풍기 3루심은 오재원의 낙구가 포구가 완료된 후 송구 동작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고 판단했기에 아웃을 선언하지 않았다.
20일 잠실 경기가 있기 전 양 팀의 덕아웃에서 다시 한 번 오재원의 플레이가 화제에 올랐다. 당시 상황에 관여했던 4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오재원 낙구사건'의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의 시선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은 "이미 공을 잡았을 때 포구동작이 완료되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으며 오재원이 아웃카운트를 잡는데 성공하지 않았냐는 의견을 드러냈다. "넥스트 플레이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 차이"라고 규정지은 김 감독대행은 "이미 오재원이 공을 잡았을 때 아웃은 결정된 것이고 그 속도로 구르는 것은 연속 동작으로 봐야 하지 않는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차라리 오재원이 그때 슬라이딩을 하지 않고 잡았으면 어땠을까"라면서 "공의 속도보다 오재원이 달려가는 속도가 더 빨랐으니 그냥 잡고서 앞으로 달려가는 게 안전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때 김 감독대행이 덕아웃 앞을 지나가던 오재원을 붙잡았다.
▲ 유격수 오재원의 시선
"저니까 거기 까지 쫒아가서 잡은거에요".
두산 유격수 오재원은 김 감독대행이 다이빙 보다 그냥 잡는게 낫지 않았냐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오재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달려가서 겨우 잡았고 속도를 이기지 못해 넘어졌다"면서 "구르면서 공이 빠질 것 같아 심판에게 제대로 공을 잡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글러브를 들다가 공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억울해했다.
옆에 있던 취재진이 "한 발 더 빨리 출발했으면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자 오재원은 "네. 앞으로는 그냥 공 치자마자 공 앞에 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받으며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 좌익수 김현수의 시선
당시 좌익수 김현수는 공을 잡기위해 전력질주를 하다 오재원의 수비 장면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마침 훈련 중 물을 마시기 위해 덕아웃에 들어온 김현수는 "심판에게 '아니요'만 백번은 한 것 같다"면서 입을 열었다.
당시 김현수는 손아섭의 타구가 결국 안타로 선언되자 오재원과 함께 김풍기 3루심에게 달려가 간곡하게 항의했다. 김현수가 두 손을 손사레 치며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라고 하는 모습이 브라운관을 통해 그대로 방송됐다. 안타가 아니라는 것을 절박하게 주장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롯데의 득점이 인정됐다.
김현수는 "분명 (오재원이)공을 잡고 난 다음에 글러브가 땅에 닿았다"면서 "공을 잡으며 떨어뜨린 게 아니라 확실히 잡고 난 뒤 두 바퀴째에 떨어진 것"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 롯데 양승호 감독의 시선
그렇다면 반대편의 입장은 어떨까. 롯데 양승호 감독은 "우리 팀이 이득을 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분명히 공을 떨어뜨렸다"고 못 박았다. 양 감독은 "집에 가서 느린 화면으로 보니까 분명히 공을 완전히 잡지 못한 채 구르면서 공을 놓쳤다"면서 "그러면 아웃으로 인정 못 받는다"며 심판의 판정에 신뢰를 보냈다.
양 감독은 이어 "그때 그 안타가 컸다"라며 "만약 그게 아웃이 돼 점수가 2-1로 갔으면 9회말 고영민 투런은 굿바이 홈런이 됐을 것이다"고 안도감을 드러냈다. 결국 롯데는 연장 승부 끝에 19일 경기를 잡은데 이어 20일 경기마저 13-5로 대승하며 4위 LG와의 게임차를 1.5로 줄였다.
단 하나의 경기 장면을 두고 여러 사람의 시선이 교차한다. 한 쪽이 환호하면 다른 한 쪽은 좌절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야구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될 21일 잠실 두산-롯데 전에선 또 어떤 플레이로 울고 웃을지 기대된다.
cleanupp@osen.co.kr
 
<사진> 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