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이 점수를 준다는 이야기 아닌가".
류중일(48) 삼성 감독이 기분 좋은 역전승에도 마냥 웃지 않았다.
2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 앞서 만난 류 감독은 전날(19일) 1-2로 뒤지다가 8회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데 대해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좋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 류 감독은 "반면 역전승은 선발들이 점수를 줬고 타자들은 초반에 득점을 뽑지 못했다는 뜻"이라면서 "뒤에 득점하려 하지 말고 집중력을 가져서 앞에 득점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불펜이 좋기 때문에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삼성은 한화가 9회 3-6의 절대 열세를 뒤집으며 KIA에 역전승하자 시즌 3번째 1위로 올라서는 행운까지 누렸다. 이에 "기분 좋다"고 솔직하게 말한 류 감독이지만 선발 투수에 대한 아쉬움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실제로 삼성 마운드는 선발 투수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 마무리 오승환이 버티고 있고 안지만, 정현욱 등 불펜진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달 23일 대구 한화전에 등판한 장원삼이 승리투수가 된 후 선발승이 없는 상태다. 카도쿠라, 윤성환, 배영수, 차우찬이 계속 나왔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안지만, 정인욱, 정현욱, 권혁이 돌아가면서 승수를 추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아무리 '야통'이라 불리는 류 감독이지만 선발진의 구위 저하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무릎 상태가 썩 좋지 않아 보이는 카도쿠라는 2군으로 내려보냈다. 에이스 노릇을 해줬던 차우찬은 직구 구위가 떨어지면서 위력이 반감했다.
결국 이날 20일 경기에서도 장원삼이 3-0의 리드에도 불구하고 난타를 당하며 승기를 내주고 말았다. 결국 선두자리도 하루만에 내준 채 2위로 내려섰다.
"야구계의 속설인 '투수교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말은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웃어보인 류 감독이지만 속은 타들어갈 수 밖에 없다. 과연 삼성에서 언제쯤 선발투수 고민이 사라질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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