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가사에 칼을 들이댄 여성가족부가 심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이 '취한 것 같아'라는 가사가 청소년에데 음주를 권한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을 받자, 이같은 논란이 촉발됐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음반심의위원회는 지난 2006년부터 똑같은 기준으로 대중가요를 심의해왔으며, 지난 2008년에 이미 비와 동방신기 노래에 빨간 딱지를 붙여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있다.

논란의 시작은 비의 '레이니즘'이었다. 문제가 된 가사는 '떨리는 네 몸 안을 돌고 있는 나의 magic stick, 더 이상 넘어갈 수 없는 한계 느낀 body shake' 부분.
비 측은 "비가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지팡이 퍼포먼스'를 위해 개연성 있는 가사를 응용한 것으로, 선정성을 의도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고, 지상파 방송3사도 비 측의 입장을 수용, 심의를 통과시킨 바있었지만 여성가족부는 만장일치로 이 곡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했다.
당시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 매체환경과는 "2차 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내린 결론이다. 가수 측의 의견을 듣긴 하지만, 원문 자체의 해석이 중요하다. 은유적 표현이기는 하나 '매직 스틱'은 분명히 남자의 성기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과연 은유까지 심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를 두고 분분한 의견을 낳았다. 비 측은 결국 클린 버전의 새 가사로 활동을 이어나갔다.
동방신기의 '주문'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휩쓸고 음반판매량 30만장을 기록하는 동안 선정성 시비가 없었던 이 곡은 뒤늦게 '선정적인 곡'으로 해석됐다.
'주문'의 청소년 유해판정 근거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청소년이 즐기기엔 야하다"는 것이었다. 은유에 이어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심의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매체환경과는 "단어들을 다 떼어놓고 보면 문제가 없지만, '널 가졌어' '언더 마이 스킨(Under my skin)' 등의 표현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한동안 동방신기는 한동안 '언더 마이 스카이'라는 가사로 '주문' 활동을 해야 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가요기획사 중 유일하게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하고 있는데, 동방신기의 '주문'은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내게 빠져', '한번의 키스와 함께 날이 선듯한 강한 이끌림' 등의 표현은 남녀 간의 사랑 내지 욕정으로 인한 과잉된 감정상태에서의 성적 행동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면서도 이 곡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가사에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할 정도로 성행위의 방법이나 감정, 음성 등을 과도하게 묘사하고, 청소년 대상으로 하는 성행위를 조장하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기술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야 유해매체물로 볼 수 있는데, '주문'의 가사가 오해의 여지는 있어도 성행위를 지나치게 묘사했거나 성 윤리를 왜곡 시키는 수준까진 아니라고 판단한 것.
그러나 여성가족부의 심의는 계속됐다. 비욘세,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유명 팝가수의 곡도 무더기 판정을 받았다.
비욘세의 'Check on it',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Break the ice', 에이브릴 라빈의 'Girlfriend' 등이 선정성과 불건전 교제 조장, 선정적 표현, 비속어 사용의 이유로 빨간 딱지를 받았다. 케이티 페리의 'I kissed a girl'은 불건전 교제 조장 우려, 비욘세의 'Get me bodied'는 선정성, 불건전교제조장, 유해업소출입조장 등의 이유로 같은 판정을 받았다.
특히 'I kissed a girl'은 가사에서 다룬 동성간의 스킨십이 과연 '불건전 교제'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최근에는 술이라는 소재가 논란의 중심이다.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이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라는 가사를 이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았기 때문. 술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도 않았고, 하물며 술이 등장한다고 해서 청소년에게 음주를 권한다고 볼 수 없는데 이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보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앞서 SM엔터테인먼트는 SM더 발라드의 '내일은..' 가사 중 '술에 취해'가 문제가 돼 청소년유해매체로 판정되자, 또 한번 행정소송을 낸 바있다.
여성가족부는 가요계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비스트 사안과 관계 없이 원래 8월 중으로 토론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 곡은 오후 10시 이전 보도용 프로그램을 제외한 방송 프로그램에선 해당 표현을 삭제한 상태에서만 전파를 탈 수 있으며, 음반 및 음원에 청소년 구입 금지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징역2년 이하, 벌금 1천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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